쿠팡 취업 블랙리스트 - 욕설한적 없는데 사유엔 욕설 - 블랙리스트에 개인정보 포함 - 취업제한 리스트는 근로기준법 위반사항
쿠팡에서 1만6540명의 ‘취업 블랙리스트’ 가 있다는 의혹에 대해 방송국에서 밀착취재 결과 리스트를 단독입수까지 했다고 해서 화제입니다. 리스트에는 사유와 개인정보가 포함되어 있었다고 하는데요.
취업 배제 목적으로 작성하는 블랙리스트와 같은 명부는 근로기준법을 위반하는 불법 명단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쿠팡에서는 이를 몰라 작성해두고 리스트에 있는 사람들은 채용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유는 단순히 손이 느리거나 잠시 선풍기 바람을 쐬거나 하는 일들 때문이었던 듯 하여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이는 MBC 취재팀이 직접 쿠팡에 가서 일하면서 얻어낸 결과인데요. 취재팀이 일하는 동안 물류센터 안에서는 '블랙'이라는 용어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또 일부 퇴직자들은 블랙리스트의 구체적인 내용까지 안다고 했습니다.
한 달 넘게 MBC는 쿠팡 블랙리스트를 찾아 헤매다가 결국 리스트로 추정되는 엑셀 문서 파일을 입수하는 데에 성공했습니다. 각종 암호로 표기된 이 파일엔, 쿠팡이 채용을 기피하는 사람들의 명단이 빼곡히 기록돼 있었습니다.
파일 제목은 'PNG 리스트'. 엑셀 파일로 정리된 이 리스트에는 각 사람들의 등록일자와 근무지, 요청자와 작성자에 이어, 이름과 생년월일, '원바코드'로 불리는 로그인 아이디, 연락처 등이 기재되어있었습니다. 이러한 개인정보 리스트가 있는 것도 문제인데 마지막에 있는 등록 사유도 문제입니다.
사유1은 '대구 1센터'와 '대구 2센터', 그리고 '두 개의 점선'. 암호 같은 세 가지 이름이 붙여져 있고 또 사유2는 '폭언, 욕설 및 모욕', '도난사건', '허위사실 유포', '고의적 업무방해' 등 총 48종류의 사유가 있었다고 합니다.
파일 이름이 블랙리스트가 아니라 'PNG 리스트'인 이유는 기피인물을 뜻하는 '페르소나 논 그라타'의 줄임말로 PNG 리스트라고 부르는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페르소나 논 그라타'.(PNG, Persona Non Grata)는 외교전문용어로, 상대 국가의 특정 외교관을 거부할 때 사용하는 '기피인물'을 의미합니다.
그 양도 방대하고 암호같은 사유들 때문에 불법인 것을 알면서도 몰래 작성 및 활용하기 위해 이렇게 작성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일고 있습니다. 사유2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었는데 '정상적인 업무수행 불가능', '건강 문제', '직장 내 성희롱', '반복적 무단결근', '음주근무' 등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실제 이 명단에 오른 사람은 다시는 쿠팡에 채용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정말 여기 적힌 사유가 사실일까.
등록 사유가 '폭언, 욕설 및 모욕'으로 등록된 한 리스트에 오른 분을 인터뷰 하는데 그분은 욕설을 한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그저 일을 하다가 선풍기를 잠시 쐬는데 '왜 일을 안 하고 선풍기 앞에 있냐?' 라고 하길래 '지나갔을 뿐이다.' 라고 말했던 것, 그리고 자신의 속도가 느리다고 구박 받았던 일만 있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사유조차도 그저 자기네 잘못이 아닌척 보이기 위해 적은 정당한 척 하는 사유는 아닐까.
또 하나의 이상한 점은 '사유1'입니다. 정말 사유가 아니라 '대구1센터', '대구2센터', '두 개의 점선' 과 같은 말들이 적혀있었던 사유1.
우선 '대구2센터'는 2023년 5월부터 리스트에 처음 등장합니다. 사유는 '6개월 내 웰컴데이 중복지원'으로 모두 동일하다는 점을 미루어볼 때 6개월간 채용을 제한한 걸로 보입니다.
다음은 '대구1센터'입니다. 여러 사유가 있었지만 2017년 9월 20일에 등재된 한 신청자는 이날 이후 6년 넘게 한 번도 쿠팡에서 일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각자 다양한 기간 동안 일하지 못했지만 어쨌든 이름이 등록된 순간부터 무기한 채용을 거부한 걸로 추정됩니다.
'두 개의 점선' 표시는 2021년 10월 31일부터 등장했습니다.역시 이날 이후 최대 2년 넘게 리스트에 이름이 남아있습니다.
즉, 대구1, 2센터 등은 채용 제한 기간을 등급화한 암호로 추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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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퇴근 후 자택에서 숨진 고 장덕준 씨가 근무했던 곳이 바로 대구센터입니다. 그만큼 힘들게 일하고 힘들게 버텨야했던 곳.
쿠팡은 이 '대구센터'를, 근로기준법이 금지한 리스트의 '비밀 기호'로 활용한 걸로 보입니다.
근로기준법 제40조는 누구도 근로자의 취업을 방해할 목적으로 문서를 만들지 못하도록 법적으로 이런 리스트를 제한하고 있습니다. 노동자가 고용주의 입맛에 맞게 굴지 않았다고 해서 근로 자격을 빼앗기거나 제한받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노동계와 시민 사회는 이런 취업 방해 행위가 근로기준법 등 현행법 위반이라며 블랙리스트에 오른 당사자들을 모아 쿠팡을 대상으로 집단 손해배상 소송에 나선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이 명단엔 쿠팡에서 노조 활동을 해온 조합원 20명도 포함됐는데, 노조 업무를 이유로 근로자에게 불이익 주는 부당노동행위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이라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해당 리스트에는 언론사 기자들의 명단 또한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쿠팡은 이날 입장문을 내어 “직원에 대한 인사평가는 회사의 고유 권한이자 안전한 사업장 운영을 위한 당연한 책무”라며 “CFS(쿠팡풀필먼트서비스)의 인사평가 자료는 MBC 보도에서 제시된 출처 불명의 문서와 일치하지 않으며, 어떠한 비밀기호도 포함하고 있지 않다”고 반박했지만 권영국 쿠팡대책위 대표는 “자료를 보면 이름, 전화번호, 아이디 번호 등이 적시됐다. 쿠팡이 아니고서야 작성이 불가능한 자료라는건 누구나 다 알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또한 “(엑셀파일의) 도메인 주소를 확인한 결과 ‘쿠팡.net’이란 주소를 쓰고 있었다며 그 주소는 쿠팡이 실제 운영하는 도메인 주소”이고 따라서 “쿠팡풀필먼트서비스 지배기업인 쿠팡주식회사가 블랙리스트를 작성·운영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쿠팡대책위는 앞으로 집단소송을 위해 명단에 이름이 오른 소송인단을 공개 모집하고, 쿠팡의 부당 행위와 관련 공익제보를 받는다고 밝혔습니다. 김혜진 쿠팡대책위 집행위원장은 “쿠팡이 블랙리스트를 작성함으로써 노동자는 회사의 통제에 순응하거나 회사에 밉보이지 않기 위해 부당한 일에 문제 제기 않는 등 사실상 노동자에게 침묵을 강요하는 효과를 발휘했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노동자의 인권과 공정하게 고용될 권리를 침해하는 일이 될 수 있기에 많은 노동자 및 근로자들에게 충격을 안겨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