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 웹툰 원작 지옥 시즌1 줄거리 등장인물 리뷰 후기 (하단 결말 스포)
지옥 시즌1을 다 봤습니다. 처음에는 징그러워서 보지 않으려다가, 우연히 웹툰을 보게 됐는데 너무 흥미로워 다 보게 됐고, 드라마 연출은 어떻게 했을까 궁금해서 뒤늦게 보게 됐어요. 줄거리 얘기하면서 리뷰도 같이 적어보겠습니다. (결말 스포는 하단에 있어서 건너 뛰실 수 있어요.)
먼저 정진수. 지옥 줄거리의 시작점은 정진수죠. 일찍이 스무살이 되어 보육원을 나오면 사람들이 없는 곳에서 죽기 위해 티벳으로 간 정진수는 거기서 시연을 하는 천사를 보게 되고, 신의 존재를 좇아 새진리회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신이 인간들의 세상에 개입하고 있다, 강제로라도 정의로워지도록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 뜻을 받아 우리는 죄를 짓지 말고 정의로워져야 한다, 라는 교리로 말이죠.
한국에서도 이러한 시연이 처음 일어나게 되었는데요.
이 때문에 진경훈 형사는 정진수를 만나러 가게 됩니다. 이 시연은 결국 살인사건인 셈이라 경찰들은 이 사건에 대해 알만한 주변인물들을 탐문해야 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진경훈은 거기서 자신의 딸 희정이가 정진수를 돕고 있는 걸 보게 되었습니다. 희정이 자원봉사로 새진리회 일을 하고 있었던 것이죠.
사실 희정이가 새진리회에 빠지게 된 데에는 아픈 과거가 있었습니다. 바로 희정의 엄마, 진경훈의 아내가 경훈에게 속옷을 가져다 주러 가던 길에 한 범죄자에게 살해당하고 만 것이죠. 하지만 그 범죄자는 심신미약으로 금방 풀려났고, 둘은 가족을 잃은 아픔에 계속 힘들어하고 있었습니다.
둘 사이는 소원해졌고, 경훈은 모든것에 심드렁하게 사는 것으로, 희정은 새진리회 일을 돕는 것으로 간신히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새진리회 에서는 죄인들에게 모두 정의로워지라고, 신은 그것을 바라고 있고, 그렇지 않은 자들을 점점 벌하실 거라고 말하고 있기에, 희정이 빠져드는 것도 이해는 갔습니다.
하지만 새진리회는 단순히 이렇게 말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자신들은 점잖은 척 하지만, 자신들의 교리에 빠져 자기들의 말대로 움직여주는 화살촉 집단과 내통하며 자기들의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었습니다.
화살촉은 주로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 혹은 어린 미성년자들로 구성되어있었는데요.
이들은 온갖 방송으로 생방송 된 박정자의 시연 이후로 신의 의도를 미친듯이 따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신의 의도 앞에 절하지 않는 자들, 싸우는 자들 모두 적으로 간주하고 연장 들고 찾아가서 다 때려죽였는데요.
이 과정에서 신의 사자들을 총으로 쐈던 진경훈 형사도 죽을 뻔 했고, 박정자가 시연 생방송 대가로 받는 30억의 증인이 되어 준 민혜진 변호사도 죽을 뻔 헀고, 민혜진 어머니는 암 말기셨는데 화살촉들의 폭력에 맞아 돌아가셨습니다.
그렇게 세상은 화살촉과 새진리회가 판치는 세상이 되어버렸는데요.
시간이 흘러 새진리회와 화살촉들이 고지받은 시연자들을 한창 죄인으로 정죄하고 그 가족들까지도 정죄하던 나날들 중, 이 새진리회를 못마땅해하지만 새진리회의 광고일을 맡게된 배영재 기자가 등장합니다.
배영재는 광고일을 함께 하던 친한 회사 동료 형의 자리에서 소도 대출 명함을 보고 그 뒤에 적힌 양평저수지 주소를 보게 됐는데요. 때문에 형이 실종 됐을 때, 양평저수지로 형을 찾으러 갔다가 시연당하는 형을 발견하고, 또 그를 몰래 숨겨주는 소도 멤버들도 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자신의 갓 태어난 신생아가 시연을 고지받았을 때, 소도로 연락하게 되죠.
소도는 새진리회, 화살촉에 맞서 시연당할 사람들을 숨겨주고 몰래 시연받을 수 있게 해주고 가족들이 안전하게 해주고, 가족을 잃은 슬픔을 온전히 느낄 수 있게 해주는 비밀 단체입니다.
이들은 사람이 죽었을 때, 그 슬픔을 애도할 수 있는 사회여야 하지 않냐며 이러한 위험하지만 인간적인 비밀조직을 만들어 일하고 있고, 배영재의 아기의 얘기를 듣고 새진리회는 그 아기를 몰래 시연받게 한 뒤 이를 숨길거라고 알려줍니다.
하지만 배영자의 아내 송소현은 아기를 너무 사랑한 탓에, 아기를 살릴 방안을 찾기 위해 새진리회에 찾아가게 됩니다.
그래서 소도 와 새진리회 간의 충돌이 벌어지죠. 결말은 가장 아래 부분에서 스포하겠습니다. 주의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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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은 만화로 읽었을 때도, 드라마로 다시 봐도 참 놀라운 디스토피아 스토리였습니다.
원래 디스토피아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흥미로워서 다양한 디스토피아 스토리를 접했었는데, 그럼에도 아주 신선하고 생소한 내용이었고, 그 와중에 주요 캐릭터들이 너무너무 다양하고 예상치 못한 부분이 많아 한참을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그럴 수 있었던게 사람들의 심리 에 대한 많은 통찰이 보여서 그랬던 것 같아요. 제가 끝까지 이해할 수 없었던 심리, 이해하고 싶지 않았던 심리, 너무 이해됐던 심리, 그리고 이런 심리도 있을 수 있구나 하고 놀라웠던 심리 등 다양한 동기로 다양한 행동 양상을 보이는 사람들이 나왔거든요.
사실 죄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도 너무 신기했습니다. 평소엔 그럴 수 있지, 가볍게 여겼던 죄들도 신의 단죄 앞에서는 죽어 마땅한 죄가 되었고, 새진리회가 죄인들을 관리하는 모습이 뭔가 단죄를 위한 단죄가 되어가는 느낌이었어요.
기독교에서 거짓말도 용서하고 도둑질도 용서하고 살인도 용서하면서 동성애를 용서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동성애는 '내가 저지를 일 없는 죄' 라는 이유가 크다는 얘기를 들은적이 있는데요. 이처럼 고지 받은 사람의 죄도 '내가 받지 않은 시연 고지를 받은 사람의 죄' 라는 명목으로 그토록 질타받았던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에 대한 생각도 신기했어요. 저는 아무리 신이라도 다른 많은 사람들 앞에서, 그렇게 폭력적으로 또 다른 사람들 업장이나 재산 피해를 크게 입히면서, 죄인을 단죄하는 건 이상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드라마라서 그런건 생략한건지 몰라도, 그냥 시느이 단죄가 당연한 것으로, 오히려 인간 사회 질서를 유지시켜주는 은혜로운 개입인 것으로 생각하는 모습이 저와 너무 달라서 눈에 들어왔던 것 같아요.
물론 이후에 나오는 얘기 중에서 인류의 시작 이래 인류가 가장 바랬던게 신의 단죄라는 얘기도 있지만, 그건 아주 제한된 장소에서 신성하게 일어나야 할 것 같은데, 이 드라마에서는 온갖 곳에서 나타나고, 그 과정에서 내가 피해를 볼 수도 있는데, 뭔가 그런 점은 아무도 개의치 않아하는 듯 해서 의아했습니다.
그리고 사람과 사람, 서로에 대한 행동, 마음은 정말 많이 아쉬웠습니다.
정말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이렇게까지 폭력적인 사람들이 득세하고 남을 돕고자 하는 사람들은 약할수밖에 없을까. 물론 소도의 사람들도 여기저기 잘 뿌리내려 정보도 얻고 하는 것 같지만, 소도의 영향력은 미미했거든요. 폭력적인 사람들에게는 계속해서 사람들이 몰렸죠.
그래도 실제로 이런일이 일어난다면, 새진리회 유지 사제에게 거짓말쟁이라고 외쳤던 할아버지 같은 사람, 그 할아버지를 죽일듯이 팬 유지 사제에게 수갑을 채운 경찰 같은 사람들이 계속해서 생겨나 결국은 우리 스스로 폭력의 끝까지 가는 사태는 막을 수 있지 않을까요.
얼마전 일어난 계엄령을 3시간만에 막아낸 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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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말 스포
소도는 사실 영재에게 아이의 시연을 생방송 할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어요. 아무 죄 없는 아이가 시연 받는 걸 보면 박정자의 시연을 처음 봤을 때처럼 사람들이 마음을 바꿀거라고 생각한 거죠.
하지만 영재는 당신들이 새진리회와 다를게 뭐있냐고 소리지릅니다.
소도는 진짜 죄인이라서가 아니라 무작위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해서 생각해봐달라고 하고 끝까지 원하지 않으면 사고사로 처리해주겠다고 합니다.
하지만 소현이 새진리회에 갔다는 소식 덕분에 일단 새진리회에서 소현을 빼오는 일이 먼저가 됐죠. 이를 위해 한 사람은 자기가 시연을 앞두고 있다고 난동을 부리고, 다른 사람들은 소현을 찾아 소현과 아기를 데리고 도망쳤습니다. 마침 시연을 앞두고 있어 숨겨주고 있는 사람이 있어 그 사람의 집으로 같이 도망갔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이 알고보니 일전에 방송으로 화살촉을 진두지휘 했던 화살촉 대장이었습니다.
화살촉 대장은 아기에게 고지가 내린것이, 자기가 잘못살지 않았다는 증거라며, 눈물까지 보였지만 아기의 시연 시간이 자기가 시연받기 5분 전이라는 걸 듣고 혼란스러워하며 새진리회에 전화를 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상황과 이게 무슨 의미일지 물었는데요.
새진리회에서는 머리를 써서 당신은 신의 실수를 무마하기 위한 메시아이며 당신이 그 아기를 죽이고 신의 실수를 감싸주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에 대장은 기뻐하며 자신이 그런 존재라는 것, 신이 자신에게 감사해야 한다는 것 등에 도취되어 당장 일을 시행합니다.
먼저 영재와 소현과 아기를 방송할 수 있는, 사람들이 가장 없어서 인명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곳으로 데려가줄 소도 사람들을 다 칼로 찔러 죽입니다.
이상한 낌새를 느껴 나가본 영재는 이를 보고 대장과 싸우게 되는데요. 대장은 영재를 몸싸움 끝에 계단에서 밀어버리고 시간이 없어 일단 소현의 아기를 죽이러 집으로 들어갑니다.
하지만 집에는 민혜진이 역시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민혜진과 대장이 싸우는 사이 소현은 밖으로 나가, 소란스러운 소리에 나와있는 단지내 사람들에게 신생아가 시연을 받았다며 봐달라고 합니다.
이윽고 시간이 되어 아기를 죽이러 괴물들이 나타나고 괴물들이 아기를 향해 달려가는 것까지만 보여주고 소현은 아기를 구해냅니다.
아기 옆에 끝까지 있어주겠다고 다짐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괴물들을 이길 수는 없어서 고전하던 사이 영재도 정신을 차리고 나와서 둘은 같이 아기를 괴물들 사이에서 지켜내고 시연 시간이 되어 시연을 하는 데에도 끼어들어 아이를 감싸고 시연을 받았습니다.
이에 민혜진은 절규하지만 시연이 끝나고 얼마 뒤 애기 울음소리가 들립니다.
시연에서 살아남은 것이죠.
민혜진은 아기를 데리고 도망쳐 택시를 탑니다. 택시기사에게 큰길로 가자고 하자 택시기사가 달리기 시작하는데 혜진이 아는 길이 아니어서 묻자, 그 길은 경찰이 이미 검문을 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자기는 신도 잘 모르겠고 여기는 인간들이 사는 곳인데 인간들이 살아야 하지 않겠냐고, 말합니다.
이 모든 사태를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죠. 그렇게 민혜진은 안전하게 도주할 수 있게 됩니다.
한편 진경훈은 정진수가 희정을 데리고 있다는 듯한 모습, 희정의 재킷을 방송을 통해 강조하는 모습을 보고 정진수에게 달려가는데, 정진수는 자신이 자란 보육원, 지금은 폐허가 된 그곳으로 정진수를 호출합니다.
거기서 진경훈은 정진수를 죽이려 하지만, 정진수는 자기는 어차피 곧 시연을 받는다고 말하며, 자기가 시연받는걸 찍어 세상에 퍼트리고, 희정이를 살인범으로 잡던지, 자기가 시연받는걸 비밀로 하고 희정이를 잡지 말던지 택하라고 합니다.
알고보니 희정이와 정진수는 6년 전 희정의 엄마를 죽이고도 치료감호 몇년을 선고받은게 다인 살인범을 함께 시연으로 위장해 죽인 것이었죠.
곧 정진수의 시연이 시작됐는데요. 진경훈은 그의 시연을 찍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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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사실 진경훈이 시연을 찍기를 바럤어요. 시연만 공표하고 희정의 살인은 숨길 수도 있잖아요. 하지만 진경훈은 그렇게 비겁할 수는 없었는지, 혹은 그렇게 했다가 희정이 충격을 받을 걸 생각해서 그렇게 하지 못한 건지 모르겠지만, 그 길을 선택하지 않았죠.
또 시연에서 살아남은 아기를 보며 그 괴물들로부터 살아나는 방법은 어쩌면 사랑일지도 모른다는 추측을 해봤습니다. 아기를 사랑한 부모의 마음 같은 것들이요.
정진수가 왜 한국인으로서는 최초로 20년 이나 오랜 시간 후에 죽는다는 고지를 받은건지는 알 수 없지만 그게 외국에서 받은 거라면 마치 전염병처럼 그가 처음 한국에 고지를 받아와 퍼트린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뭐가 됐든 인간은 참 신기한 동물인 것 같습니다.
어떤 행위의 의미가 참 중요하고 그 의미를 지켜내기 위해 폭력도 불사하고 또 의미가 없으면 만들어내는 일도 서슴치 않죠. 그것이 진짜 그런 의미인지 보다, 내가 만족할만한 의미라면 믿어버리는 모습도 보이구요.
어쩌면 그 모든 건 우리가 참 연약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외로움에도 취약하고 두려움에도 취약하고 힘이 세지도 않고 온갖 바이러스나 질병에도 취약한 존재이기에 우리는 존재하지 않는, 그래서 오히려 더 강하다고 믿을 수 있는 무언가를 찾고 의존하는 것이죠.
그리고 지옥은 그런 의존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똑똑히 보여주는 스토리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