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동적인 삶은 결코 생각없는 삶이 아니다
요 며칠 정말 회사에서 살다시피 하며 일에 치여 살았는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회사 컴퓨터에 오류가 생겨 하루를 쉬게 되었다. 그리고 의도치않게 유튜브에서 발견한 재즈 플레이리스트를 들으며 충동적으로 이 글을 써내려가고 있다. 글을 쓰고 싶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나는 늘 글을 쓰고 싶지만 특히 마음에 드는 음악을 들으면 관련된 글을 쓰고싶은 욕망에 사로잡힌다. 물론 정제되지 않은 글이라 술술 읽히지 않을 수도 있고, 재미가 없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나는 글을 쓴다는 어떻게 보면 매우 배설적인 행동을 통해 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또 때로는 지적 허영심도 채운다.
생각해보면 재즈라는 음악이 그렇다. 각각의 악기들이 충동적으로 자기들이 내고 싶은 음을 내는 음악. 정해진 것 없이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하는 음악. 음악에 문외한인 나도 이정도는 알고있는데, 진짜 재즈 음악가들은 얼마나 자유롭게 그리고 무한하게 재즈를 통해 자신을 표출할까. 그런 음악을 들으니 내게도 충동적으로 무언가를 하고싶은 욕구가 많아지는 것이 당연하다.
사실 나는 충동적으로 한 일들이 많다. 책이 재미있어서 작가가 되고싶었던 적도 있고 이를 위해 문예창작 특기생으로 고등학교를 지원해 입학했다. 물론 작가가 될만한 실력이 없다는 것을 알고 좌절했지만 또 충동적으로 그렇다면 다른거라도 만드는 직업을 갖겠다는 일념으로 PD가 되면 어떨까, 고민했다. 그리고 관련학과를 지원해 대학을 갔다. 사실 내 삶 전체가 충동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우연의 집합체라고 봐도 무방하다.
다른 사람은 다를까. 사실 우리는 어떤 우연한 계기로 결정한 충동적인 선택들에 의해 많이들 휩쓸려 살아가고 있지 않나. 얼마전 유튜브에서 제목만 본 ‘인간에게는 사실 자유의지가 없다’라는 뉘앙스의 영상도 아마 그런 의미이지 않을까 싶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 주체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많은 일들은, 사실 그것에 영향을 미친 일들을 곰곰히 파고들어보면 우연하고, 충동적인 부분이 많다.
그것이 절대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충동성은 우리를 단조로운 일상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때로는 우리가 미처 파악하지 못했던 우리의 장점을 알게 해주고, 때로는 단점을, 알고 고칠 수 있게도 해준다.
나는 충동적으로 외국에서 하는 인턴 프로그램에 지원한 적도 있고, 충동적으로 전공을 변경한적도 있고, 충동적으로 진로를 정한 적도 있다. 충동적으로 꽤 오랜 외국살이를 선택한 적도 있고 충동적으로 누군가를 만난 적도 있다. 어떤 친구는 내게 ‘너처럼 마음 가는대로 살아보고 싶다’고 한적도 있었다. 물론 그렇게 살면서 나도 나름 많은 노력을 했고, 힘든 일을 견디기도 했지만, 나는 그말이 나쁘지 않았다. 그 친구가 그 말을 한 데에는, 충동적으로 살지 못면서 쌓인 아쉬움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계획적으로 살아온 그 친구의 삶이 결코 안좋은 결과를 낸 것은 아니었다. 그 친구는 남들이 부러워할만한 성과를 쌓았지만 그럼에도 충동적인 삶이 좋아보였다는 것은 단조로운 삶이 주는 아쉬움이 컸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위에서 말한 일들의 결론으로 때로는 더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고, 노력했고, 세상에는 많은 삶의 방식들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충동적인 도전을 할 수록 세상을 보는 눈이 넓어졌고 내 결정에 후회없이 사는 법도 깨우쳤다. 그리고 때로는 일이 힘들어 돌아가고 싶다거나, 그만두고 싶을 때에, 이 때로 돌아가면 좋을텐데, 저 때로 돌아가면 재밌을텐데, 하고 떠올릴만한, 위로가 되는 수많은 추억들이 생겼다.
그리고 도전속에서 만난 많은 인연들과 여전히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들을 통해 계속해서 많은 영감을 얻고, 또 어떻게 살아가야 좋을지 끊임없이 고민하며, 힘들 때에 위로를 받고, 사랑을 받는다.
충동적인 삶은 나쁘지 않다. 충동적인 삶은 결코 생각없는 삶이 아니다. 나는 충동적인 결정을 위해 수만가지의 생각들을 떠올린다. 그리고 그 중에 하나를 선택한다. 누군가가 보기에 그 결정은 너무나 뜬금없어서 너는 참 충동적이구나, 대책이 없구나 라고 말할 수 있지만 우리는 각자 다르다. 사는 방식도 다르고 생각하는 방식도 다르다. 충동적인 방식이 그가 생각한 최고의 수일 수도 있는 것이다.
또 오래 고민하지 않고 내린 결정이면 또 어떤가. 새로운 경험, 낯선 환경을 마주하면 정말 신기한 걸 보게된다. 내 안에 내가 몰랐던 나를 마주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처음에는 그런 내가 낯설 수도 있지만, 새로 만난 나에게도 내 삶을 컨트롤 할 수 있는 기회를 줘보면, 이런 삶도 있구나, 이렇게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구나, 알게될 것이다. 그리고 그에게 신뢰가 생기고 나면 나는 이 험난한 세상을 같이 항해해 나갈 새로운 동료를 얻게 된다.
때로는 계획적인 내가, 때로는 충동적이 내가, 또 때로는 진취적인 내가, 또 필요에 따라서는 경계하는 내가 함께 컨트롤 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나를 지켜내고 삶을 살아내는 좀 더 재밌고 역동적인 삶을 얻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