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티스의 비밀 상담소 시즌4 -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드라마 재밌는거 추천
기다리고 기다리던 오티스 비밀 상담소 시즌4가 나왔다.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 시즌1,2,3도 재밌었지만 4도 역시 재미있었다. 오티스는 하이틴 영화를 좋아하는 나는 물론, 하이틴 영화를 싫어하는 친구들도 꽤나 재밌어 하는 드라마다.
왜냐면 그냥 일반적으로 친구들끼리의 관계에 있어서 성장하는 여타의 하이틴과 달리 오티스의 비밀상담소는 자신의 깊은 내면의 성장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는 표면적으로는 성 상담소이지만 성이라는 것이 인간에게 매우 내밀한 것인만큼, 이 상담소를 찾는 아이들은 내면 깊숙이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경우가 많았다.
오티스는 자기도 모르게 그 아이들의 내면을 건드리고, 위로하고, 홀대받던 마음 속 상처들을 어루만져준다. 오티스 자체는 스스로에게도 상처가 있고 결핍이 있으며 의식적으로는 뭘 잘 모르고 뚝딱거리는 여타의 아이들과 같지만, 그 동일한 모습 때문에 그는 자기처럼 힘들어 하는 아이들에게 마치 자신이 듣고싶은 이야기를 하듯, 필요한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는 것 같아 보였다.
하지만 중이 제 머리 못깎는다고 와중에 자신의 상처는 여전해서 그는 같이 상담소를 하는 메이브와도 늘 부딪히고 운좋게 사귀게 된 예쁜 여학생, 루비와도 해피엔딩을 보지는 못한다. 하지만 적어도 아이들을 억압하는 학교만큼은 이겨냈다. 내면을 해결하다가 외면의 가장 큰 문제를 타파하는 놀라운 결과!
그래서 시즌4는 (무려 이제부터 시즌4 스토리다) 오티스와 아이들이 시위를 하면서 투자자를 잃어버려 문을 닫은 무어데일을 떠나, 캐번디시라는 새로운 새로운 학교에 가면서 겪는 이야기다.
캐번디시는 오티스가 기존에 다니던 억압하는 학교가 아닌 완전 정 반대의 학교였다. 학생들이 주인이고, 학생들이 무슨 말이든 할 수 있고, 성적으로 열려있고 또 거기에는 이미 성 상담소를 운영하는 ‘오’ 라는 친구도 있었다.
성 소수자들의 이야기
성적으로 깨어있는 학교 답게 몇몇 성 상담소 에피소드는 다양한 상담이 진행되었다. 그런데 이번 시즌4에서는 사실 상담이 주는 아니었다. 상담보다 그리고 오티스보다 더 다양한 인물이 나오고 에피소드가 등장해서, 이제 단순히 쉬쉬하며 상담하던 시절을 지나 더 주체적으로 고민하고 행동하고 결론을 얻는 아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러면서 부각된게 에릭의 정체성이었다. 에릭은 게이이지만 크리스찬인 집안에서 또 게이라고 하면 목숨이 위협받는 고향에서 계속해서 자신의 존재를 부정당하며 자랐다. 하지만 캐번디시에서는 다 오픈할 수 있었고, 오픈해도 일어나는 문제들과 관계의 갈등들에 직면했다.
학교에서 친해진 성 소수자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오티스와 함께하면서는 이해받지 못했던 부분들을 이해받는 느낌에 황홀해했지만, 오티스와도 이 문제를 풀고 싶어했다. 하지만 오티스는 메이브 문제로 에릭과의 관계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자꾸 미뤘다. 이 부분은 사실 에릭이 손절해도 오티스가 할말이 없다고 생각했다. 오티스는 가끔 너무 무뎠다. 때론 그런 무관심과 무딘 이야기들이 누군가에게 큰 상처가 된다는걸 알았으면 좋겠다. (누가? 몰라.. 그냥 화가 난다.)
특히 상대가 오랜 시간 함께 해온 친구라면 적어도 친구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진지하게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지는게 친구에 대한 존중 아닐까. 한편 에릭을 이해해준 로만과 애비도 성 소수자 친구들이다. FTM, MTF 즉 Female To Male, Male To Femal, 각각 여자에서 남자로, 남자에서 여자로 성 정체성이 타고난 것과 다르다고 체감하고 변환한 아이들이다.
이들은 옷을 공유하고 서로의 상처를 이야기하며 친해진다. 사실 성 소수자들을 이렇게 깨발랄하게 다룰 수 있는게 하이틴 영화의 특권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깨발랄하게 그려도 그게 조롱하는 것 같거나 불편함 없이 바라보게 되는 것. 개인적으로 트렌스젠더가 자꾸 여성성, 남성성을 강하게 구분짓게 만드는 건 싫지만 어쨌든 다수의 취향과 다른 취향을 가졌다고 해서 배척당하는 사람들이 배척당하지 않고 행복했으면 좋겠는 마음은 있다. 그래서 그냥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 드라마 속에서 그들을 당당하고 발랄한 사람들로 그리는 것이 좋았다.
하지만 칼의 경우는, 좀 많이 마음이 아팠다. 남자가 되고 싶어 남성호르몬을 바르는 그는, 그러나 뜻밖에도 생리를 하게 되면서 엄청 분노 같은 감정을 보이는데, 그게 처음엔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찾아보니 나의 몸이, 나의 취향, 나의 바람과는 다른 상태임을 다시한번 자각하게 되고, 이로 인한 절망, 분노 같은 걸 느꼈을 거라고 한다.
또 ‘오’의 경우에는 무성애자라고 했는데, 그건 성 소수자들의 그룹에도 끼기 힘든 더 적은 소수자로서, 어디에든 끼고 싶어서, 애들이랑 같이 루비도 괴롭히고, 혼자 연애 공부도 책으로 엄청 하고, 또 친구들이랑도 그렇게 만나보려고 노력했다는 얘기에, 괘씸하긴 했지만 마음이 아팠다.
이런 다양한 소수자의 이야기를 최대한 담으려고 한 것 같아, 역시 오티스구나 했다.
그리고 예수님 역을 흑인 여성이 연기한 것, 알 수 없는 이끌림으로 교회에 게이임을 고백하고 결국 교회를 바꿀 초석을 세운 것, 목사가 되겠다고 한 것 등 에릭의 스토리가 익숙하고 친숙하면서도 아름다워서 너무 좋았다.
장애인의 이야기
성 소수자 뿐 아니라 장애인 이야기도 있었다.
아이작은 메이브와 잠시 썸을 탔던 장애인 친군데 몸에 장애가 있다는 것 외에는 사실 드라마 속 주인공들 중 가장 성숙한 친구가 아닐까 싶은 친구다. 그는 계속해서 학교 엘리베이터 때문에 고생하는데 이건 소수자 친구들의 화려한 이야기는 잘 들어주지만 가장 기본적인 장애인의 이동권은 잘 챙겨주지 않는 학교의 모순을 보여주었다.
뿐만 아니라 잘 듣지 못하는 아이샤 는 늘 잘 못들어서 입을 봐야 한다고 말하는데 그 장면이 엄청 많이 나올 뿐 아니라, 어떤 과목 선생님은 아이샤에게 늘 과장되게 마이크를 입에 대고 크게 말하는 우스꽝 스러운 모습도 반복해서 보여준다. 그러다 마침내 아이작이 시험 직전에 엘리베이터가 고장나서 시험보러 갈 수 없자, 불났을 때 누르는 벨을 눌러 학교를 혼란에 빠트리고, 이동권을 보장해달라고 크게 시위했을 때, 그 벨소리와 소란을 듣지 못해 교실에 혼자 남을 뻔 했다가 뒤늦게 상황을 알고 나와, 분노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놀라운 변화였다.
그전에는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고, 사람들 속에 자연스럽게 섞이고 싶어 영화를 보러 갔는데 자막이 없어도, 자막을 켜달라고조차 말하지 않는 아이샤였는데, 참지 않는 아이작을 보며 그녀도 목소리를 낸 거였다. 그리고 온 학생들이 다 엘리베이터를 고치기 전엔 이동하지 않겠다고 시험을 보러 가지 않았다.
하이틴 드라마에서 이런 에피소드를 볼거라고 누가 예상했을까. 시즌4는 마치 시즌1,2,3에서 하지 못한 말들을 다 하고 마치겠다는 듯, 이런 이야기들을 쏟아냈다. 그게 너무 좋았다. 되든 안되든 이런 이야기가 쏟아져 나왔으면 좋겠다. 다수의 이야기는 그럴듯 하건, 아니건, 너무나 많다. 그게 다수이기에. 소수도 자기의 얘기를 이렇게 쏟아내면 그들이 비록 소수일 지언정, 그들의 이야기는 소수가 아니게 될 것이다. 다수도 그들에게 익숙해지고, 그들에게 적응할 것이다. 그러다보면 다수든 소수든 서로를 존중하고 더불어 살 수 있지 않을까.
피해자의 이야기
그리고 또 하나.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 시즌4는 피해자의 이야기도 다뤘다고 생각한다.
먼저 학대의 피해자, 메이브 의 이야기다. 시즌4에서 메이브는 엄마의 부고를 듣는다. 시즌 1,2,3 내내 괜찮을만 하면 메이브를 괴롭히고, 괜찮을만 하면 괴롭혀서 참 싫었는데, 죽었다고 해서 당황. 메이브도 당황했는지 엄마의 시신조차 보기 힘들어하고, 대신 엄마의 부고를 들은 병원에서 시작한 십자말 풀이를 밤 늦게까지 붙들고 있다가 돌아온다.
장례식 당일에는 오빠가 약을 하고 늦게 와서 깽판을 치고, 메이브도 도망치려고 했으나 아이작이 붙잡아줬다. 메이브는 다시 장례식장으로 돌아와 엄마를 잘 보내드렸다. 그리고 오티스 엄마와 식사자리를 가졌는데, 오티스가 엘리베이터에 갇혀 둘만 있는 사이, 엄마에게 듣고 싶었던 말을 오티스 엄마에게 듣게 된다. 메이브는 아직 아이였고, 보듬어줄 어른이 필요했는데, 방치되고 혼자 컸어야 했던 것도 다 학대였다.
하지만 메이브는 학대를 이겨내고, 엄마에 대한 사랑과 존중을 지키고, 그리고 마침내 자기에게 필요한 말을 듣고 자신에게도 존중을 보내고자 노력하게 된다. 미국으로 돌아가 학기를 마치기로 결정한 것. 그곳에서 만난 교수도 친구도 다 불합리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모순과 불합리를 감당하고 꿈을 향해 달려갈 힘을 얻은 것이다.
또 성추행 피해자 에이미. 에이미는 전 시즌에서 버스에서 어떤 남자가 자기를 보며 자위를 하고 그 정액을 묻혀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 그 바지를 입지 못하게 되고, 그 버스를 타지 못하게 되고, 끊이지 않았던 남자친구도 더이상 사귈 수 없게 된다.
이런 에이미를 회복시켜준건 예술이었다. 아이작을 만나 예술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던 그녀는 문득 여성 예술가들에 대해 아이작보다도 더 통찰력있는 이야기들을 꺼내게 되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그리고 곧 자신도 예술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아마 해소하고 싶은 것들이 쌓여있었기 때문이리라.
자신의 사진을 찍고 어떤 모습이 찍히고 싶은지 나는 어떤 사람인지 고민하면서 에이미는 점차 상처에 움츠렸던 자신을 드러내게 되고 자신을 불쾌하게 대하는 사람들에게 항의할 수 있게 되기까지 이른다. 그리고 마침내 모르는 남자가 정액을 묻혔던 바지를 태우면서 그 모든 과정을 사진으로 찍어 전시한다.
가족의 이야기
마지막으로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 시즌4는 가족의 이야기를 다뤘다.
초반부터 꾸준히 나오는 이야기이자, 마침내 폭발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바로 오티스 가족과 애덤 가족과 또 여러 많은 자식을 걱정하는 엄마들의 이야기와 또 잭슨 가족의 이야기.
서로 헤어졌다가 다시 노력하는 가족, 좋았지만 장애물을 만나 넘어졌다가 또 다시 힘겹게 일어나는 가족, 잘 사는 척 위장했지만 사실 잘 살고 있지 않았던 어른들..
그 모든 이야기가 다 너무 절절해서 좋았다.
하염없이 망가졌다가도 다시 다 되돌아오는 스토리를 보면서 망가져도 괜찮아, 지금 좀 별로여도 괜찮아, 그 어떤 막장에 빠져있더라도 괜찮아, 이렇게 괜찮아질 수도 있는 거란다, 이렇게 회복할 수도 있는 거란다, 처음부터 끝까지 좋기만한 이야기는 없어, 라고 말해주는 느낌.
내게 오티스의 비밀상담소는 어쩌면 시즌1부터 시즌4까지 계속 이런 말을 해줘서 하나의 심리상담을 받는 느낌으로, 힐링하면서 볼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재밌으면서도 좀 힐링되는 드라마를 찾는다면 단연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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