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박3일 남해여행3 - 선구 몽돌해변 - 다랭이마을 - 촌할매 막걸리 - 카페 톨 - 해산물 파티(회. 해산물집)
다음날이 밝았다.
2박3일 중에 2일째. 하루종일 남해에 있는 유일한 날. 2박3일 여행의 묘미는 바로 이 둘째 날에 있는 게 아닐까.
아침부터 바다가 훤히보이는 테라스에서 조식 바구니에 있던 빵과 라면, 커피를 먹으니 기분이 너무 좋았다. 라면은 좀 이상한 조합이다 생각할 수 있지만 전날 맥주를 꽤 신나게 먹은 후라 라면이 아주 반가웠다. 조식 박스에 라면이 있는게 아주 센스있게 느껴졌다. - 13월의오후 숙소 최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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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저 멀리 뷰로만 보이던 바다를 실제로 마주하러 길을 나섰다. 가까운 것 같아서 가볍게 마실나가듯 다녀왔다. 실제로 아주 가까웠다. 그래서 너무 기분이 좋았다.
가는 길에 핀 진노란색 꽃들도 너무 귀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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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바닷가를 걸어갈 수 있는 집에서 살면 매일매일 행복할까. 생각했다. 그래도 그땐 그때만의 고민이 있겠지.
일단은 오늘을 충실히 즐겨야지. 싶었다.
그렇게 도착한 선구 몽돌해변은 남해의 1코스 다랭이지겟길의 일부였다. 아마 제주도 올레길처럼 걷거나 자전거타고 돌만한 코스로 길을 짠게 아닐까 싶다. 해변 뒤쪽으로 자전거나 차가 충분히 왔다갔다하기 좋은 길이 있었다.
그래서 그 뒤쪽에 있는 화단 같은 곳에 카메라를 세우고 사진을 엄청 찍었다.
푸른 남해바다. 진노란색의 커다란 연석. 그 색감이 다 너무 이뻐서 감동이었다. 찍을 수록 흥이 더해져 막 점프하고 날라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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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돌해변의 이름은 해변이 모래가 아니라 몽돌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붙여졌다.
원래는 해변에 모래가 있어야 하지만, 파도와 해류 등에 의해 바다에서 모래 대신 작은 돌들이 끊임없이 밀려와 쌓여 형성된 것. 이 지역의 지형이나 지배적인 해양 환경으로 인해, 모래가 적고 대신 돌들이 축적되어 자연스럽게 몽돌해변이 형성되게 된다. 파도의 힘과 해변에서의 지형 조건이 이러한 과정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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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은 늘 비슷하게 움직이는 것 같은데 이렇데 각양각색의 모습을 만들어내는게 너무 진귀하다.
전에 호주에서 그레이트 오션로드를 볼때도 이런 느낌이었다. 똑같은 바다가 만들어낸 서로 다른 풍경. 자연은 늘 똑같을 것 같지만 누구보다 창의적이다.
몽돌해변에서 놀다가 이번엔 다랭이마을로 향했다.
다랭이마을의 '다랭이'는 '다랑이'의 방언으로, 다랭이 마을에 다랑이 논이 많아서 붙은 이름인데, 귀여운 사투리 발음을 살려 '다랑이 마을'이 아닌 '다랭이 마을'로 불리고 있다.
논과 바다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풍경. 논 구비구비 길마다 자리잡은 맛집과 카페 덕에 인기있는 관광지가 된 곳이다.
숙소에서 다랭이마을까지는 은근 멀었지만 걸어가는 동안 너무 이쁜 바다를 내려다볼 수 있어서 좋았다. 드라이브 길 옆 구석을 조심히 걸어야 했지만 그러다가 포토존이 보이기도 하고 걸음을 멈출 수 밖에 없는 장관을 맞이하기도 해서 여긴 걸어가지 않으면 손해인데..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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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장관. 바다가 너무 이쁘게 빛나서 사진을 얼마나 많이 찍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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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런 포토존. 슬슬 논과 바다가 같이 보이기 시작한다.
다랭이마을 입구 도착. 꽤 많이 걸어서 입구가 너무 반갑긴 했다. 😂
입구를 지나도 입구 길이 좀 긴데 천천히 라는 말이 쓰여있는게 왠지 마음에 들었다. ❤️
남해 여행의 묘미. 재미. 행복감은 뭐든 천천히 한데서 왔던 것 같다.
짙은 바다를 내려다보며 석양을 천천히 바라보던 시간. 칠흑같은 밤바다를 가만히 쳐다보던 시간. 검은 자갈 깔린 해변과 바다를 눈에 담으며 하염없이 누리던 시간.
이틀째 오전 (심지어 오전) 에도 이미 천천히 누리던 시간들이 참 많았는데 다랭이 마을은 어떨지 너무 기대가 됐다.
입구길 끝에서 처음 마주한 다랭이 마을. 생각보다 아기자기하고 너무 귀여웠다. 비록 오르내리는 길은 다소 가파라서 무서웠지만.. 그래도 한눈에 봐도 귀엽고 골목골목 쏘다닐 때도 너무 재미있었다.
다랭이 논과 바다가 조화로운 너무너무 이쁜 풍경.
이걸 보러 여기 오는구나 싶었다. 마을 안으로 들어가서도 계속 이런 풍경이 보인다. 그래서 다음엔 여기서 숙소 잡고 3일 내내 여기서 한없이 이 풍경을 누리다 가도 좋겠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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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촌할매막걸리집을 찾아가는데 가는길에만도 가고싶은 카페를 엄청 발견했다. 물론 길을 탐험하다 또 다른 카페에 들어갔지만.
골목골목마다 귀여운 카페를 발견하는 재미가 너무 쏠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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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할매 막걸리 집은 내부에서 먹으려면 기다리지 않아도 됐는데 외부에서 먹으러 간거라 외부는 꽉차서 번호표를 받고 기다렸다.
근데 번호가 많이 뒤길래 번호표 받고 주변 탐방 더 하다오니까 번호가 밀려서 헉.. 하고 사장님께 늦게왔다고 말씀드리니 다음 차례에 앉혀주셨다. 생각보다 번호가 빨리 빠지니 주의.
자리에 앉으면 메뉴를 고르고 카운터 가서 번호랑 메뉴랑 말하고 선불 계산을 하고 기다린다.
그럼 곧 메뉴가 온다.
다른 테이블 시키듯 멸치쌈밥이랑 해물파전 시켰는데 내 입맛에 멸치쌈밥은 약간 별로였다. 매콤 칼칼한건 좋은데 내용물이랑 국물 조화가 약간 떨어졌다.
해물파전은 아주 맛있었다. 고소하고 해물이 아주 많아서 그 향이랑 맛이 다 좋았다. 담에 또 가면 해물파전이랑 멸치회무침이랑 해서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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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도 너무 좋았다.
사실 다른 것보다 풍경이 너무 큰 반찬이 되어 멸치쌈밥의 아쉬움도, 여기까지 오는 동안 느낀 고됨도 다 날아갔다. 그야말로 신선놀음 같았다. 이런 바다를 보며 막걸리라니.
세상을 다 가진 느낌이었다.
행복은 먼 데 있는 게 아니라 정말로 맛있는 거 먹고 좋은거 보는 데에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걸 많은 사람들과 함께 나누면 더 좋고. 그러니까 돈이 많다고 무조건 행복이 정비례하지 않다는 말이 무슨말인지 알 것 같았다. 돈이 있어서 행복한게 아니라 돈이 어느정도 있어서 이런 시간을 많이 가질 수 있어야 행복한 거니까. 너무 바쁘거나 돈에 집착하게 되면 이런 시간을 가질 수 없어 오히려 행복도는 떨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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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풍경까지 반찬 삼은 신선놀음 같은 식사 뒤엔 또 골목골목 걷다가 카페 톨에 꽂혀 들어갔다.
쌀 식빵을 만드는 곳이었는데 냄새가 너무 좋아서 이번 쌀빵은 다 팔렸고 세시간 뒤 또 구워 나오는데 그때 기다려서 사야지 하고 커피를 시켜서 기다렸다.
여기 쌀 식빵은 쌀도 엄청 좋은데서 가져오고 쌀 정제도 우리나라 유일하게 한군데서만 할 수 있는 무슨 단계를 거쳐 만드는 거라 공수가 상당히 많이 든다고 한다.
그만큼 가격도 어느정도 있지만 그만큼 맛도 진짜 좋아서 다음에 가면 또 사먹고 싶다. 너무 부드럽고 고소한 풍미가 일품인데다가 씹을수록 달달한게 진짜 어디서도 맛보지 못한 고급진 식빵 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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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도 원두를 되게 좋은 걸 써서 원두 가격도 말씀해주셨는데 되게 비싸던데 (집에서 쓰는 원두보다 비쌌다..) 그래서 당연히 커피맛도 맛있었다. 부드럽고 끝 향이 좋았다.
가게에 일하는 분들 중에 젊은 분들이 많아서 다 어쩐일로 여기 계신걸까 했는데 알고보니 다 지방에서 정해진 기간동안 일주일에 반은 일하고 반은 여행하는 남해 한달살기 지자체 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분들이었다.
카페 톨 사장님도 이 프로그램 만들어지는데 일조하셨다는데 지역을 위해 이런 프로그램도 개발하고 쌀빵도 개발한 사장님도 또 여기와서 일하면서 홍보도 하는 청년들도 다 너무 대단해보였다. 👍
카페에서 만난 넘넘 귀여운 고양이 🐱
근데 한번 본 뒤로 다신 못봤다. 😭 다시 보고 싶었는데.. 카페 고양이가 아니라 다랭이마을 전체를 오가는 고양이였던 걸까.
맛있었던 커피와 유자 음료. 🥤
쌀빵 다시나오길 기다리느라 오래 있었지만 하나도 지루하지 않았던게 옆에 꽃밭도 엄청 구경하고 한달살기 하던 분들이 쓰고가신 일기도 다 구경하고 바다를 이렇게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어도 너무 기분이 좋고 시간가는 줄 몰랐기 때문.
그냥 영원히 여기 있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바다도 나무도 다 그냥 여기 이대로 영원히 있을 것만 같은. 그래줬으면 싶은. 여긴 딱 이 초가을 날씨가 가장 너무 잘 어울릴 것 같은데. 다른 계절이 오는게 아쉽고 나도 여기를 곧 떠나야 한다는게 너무 아쉬운. 그런 여러가지 생각과 함께.
🫠
이렇게 풍경이 끝내주니까 내가 그런 생각을 하지. 왜 남해 한달살기가 그렇게 오래 지속되고 지원자들이 계속 있었는지 알 것 같은 풍경.
쌀빵 먹고서 돌아갈땐 택시 타고 돌아가려고 여기 택시 잘 잡히는지 물어봤더니 사장님이 태워다 주셨다. 쌀빵 기다려주신 것도 감사하고 하니 데려다 드리겠다고.
그러면서 한달살기 얘기랑 쌀빵. 커피 공정 얘기도 들은건데 다 너무 재밌었다. 사장님은 남해에 해가 다르다며 그 햇빛 덕에 이렇게 멋진 풍경이 나오는 거라도 하셨다.
그러고보니 왜 서울풍경이랑 이다지도 다른가 했는데 정말 햇살 때문인 것 같기도 했다. 햇빛이 더 진하고 농익은 느낌. 그런게 정말 있을까 싶기도 한데 적어도 내가 느끼기엔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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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와서 저녁으로는 숙소 아래 해산물 파티라는 회. 해산물 가게에서 도미회를 시켜먹었다. 5만원이었는데 양이 적어서 너무 아쉬웠다.. 노량진에서 이돈으로 회 뜨면 엄청 많이 줄텐데.. 하는 생각이 들어서.. ㅎㅎ
근데 근처에 저녁 살만한데가 없어서 어쩔 수 없긴 했다. 아니면 다랭이마을에서 멸치회무침 포장해오거나 했어야 했는데. 아니면 차타고 좀 나가서 횟집 다녀오거나. 근데 다랭이마을에서 돌아와서 쫌 뻗어가지구 자는 바람에 시간이 늦어 어쩔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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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예쁜 테라스 보며 기분을 풀었다.
맛있는 쌀빵 덕에 더더 풀리기도 했다.
쌀빵 진짜 너무너무 맛있었다. 하나 더 사올걸 할 정도. 그리고 만든 직후에 다 먹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대체로 즐거웠던 남해여행 이틀채 대장정의 막이 내리고 있었다. 그게 아쉬워 그랬는지 이날 두번이나 편의점 가서 맥주를 더 사왔다. 통합 엄청 먹은 셈이다. 그래도 흥이 끊이지 않고 너무 재밌고 너무 즐거웠다.
🪇
여행지에서만 느낄 수 있는 들뜬 감정과 왠지 밤인데도 분위기가 착 가라앉는게 아니라 살짝씩 떠있는 듯한 분위기. 아쉬움 때문에 아무도 밤을 쉽사리 못놓는 하나된 마음까지. 다 너무 좋았던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