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드라마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는 다크하고 서스펜스 넘치는 심리 스릴러로, 깊은 숲속에서 벌어지는 살인 사건과 그 비극에 휘말린 인물들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드라마는 각기 다른 인물들의 얽히고설킨 운명이 비극으로 치닫는 과정을 세밀하게 그려냅니다.
주인공 상준(윤계상)은 IMF의 어려운 시절을 지나 아내와 함께 간신히 모텔을 매입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 모텔에서 연쇄살인범이 살인을 저지르면서, 그의 삶은 한순간에 산산조각 납니다.
그리고 비슷한 일이 반 세대 후 영하(김윤석)의 펜션에도 일어나죠. 바로 성은(고민시)이 영하의 펜션에서 의붓아들 시현을 죽인건데요. 영하는 시현의 시체를 직접적으로 보진 못했지만, 엘피판의 피, 화장실의 락스냄새, 그리고 블랙박스에 찍힌 혼자 나가는 그녀의 모습 등을 통해 시현의 죽음을 예감합니다.
그러나 그는 죽은 아내의 마지막 남은 유산 같은 그 펜션을 살인이 일어난 펜션으로 만들고 싶지 않아 이를 숨기고, 1년 후 다시 찾아온 성은과 진실 다툼, 영역 다툼 등을 하게 됩니다. 영하에게는 숨막히는 비극이었죠. 그 비극을 둘러싸고 펼쳐지는 심리적 갈등과 미스터리가 드라마의 주요 축을 이룹니다.
드라마의 중요한 주제는 '피해자'와 '가해자'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순간들입니다. 극 중 인물들이 우연히 사건에 말려들지만, 결국 그 비극은 피할 수 없는 운명처럼 느껴집니다. 이러한 운명론적인 시각은 제목과도 연결되는데, 'The Frog'라는 영어 제목은 호수에 던져진 돌멩이에 맞은 개구리처럼, 원치 않게 비극의 한복판에 던져진 인물들을 상징합니다.
두 개구리가 어떻게 이어지는지 나중에 나오는 그 접점과 결말도 너무 꼼꼼하고 촘촘하고 흥미로웠습니다.
또한, 드라마는 잔잔하지만 깊은 호수 같은 감정의 파장을 그리며, 각 캐릭터들의 심리적 변화와 고통을 섬세하게 묘사합니다. 이정은이 연기하는 형사 윤보민은 특히 그러한 복잡한 감정선을 잘 표현했습니다. 그녀의 역할은 술래인데요. 타고난 술래로서 그는 범죄자의 동선. 행동의 동기 등을 잘 분석하고 파악합니다.
하지만 때로는 관할이 아닌 곳에서 개구리였기에 범죄자가 된 누군가를 조용히 묻고가기도 하죠. 이는 처음부터 강조되었던 '정의 사회 구현을 원하는' 경찰이 아니라 '그저 이 재밌는 놀이가 좋은' 경찰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드라마는 상징적 요소와 함께 사회적인 메시지도 담고 있습니다. 학교 내 왕따 문제와 언론의 선정주의 등 현대 사회의 어두운 면들을 끌어와, 연쇄살인 사건과 함께 교묘하게 얽어내어 이야기의 긴장감을 더욱 고조시킵니다.
총 8부작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서서히 밝혀지는 진실과 강렬한 감정의 충돌로, 마지막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을 유지하며 결말을 향해 나아갑니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큰 나무가 쓰러졌다. 소리가 났겠는가, 안 났겠는가?"라는 나레이션은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며 드라마의 주요 테마인 '존재와 인식'에 대한 탐구를 상징합니다. 이 질문은 실제로 '인지되지 않은 사건은 존재하는가?'라는 고전적인 철학적 문제인 "만약 아무도 없는 숲에서 나무가 쓰러지면 소리가 날까?"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이는 인간의 인지가 사건의 존재를 증명하는가, 아니면 그 자체로 사건이 중요한가에 대한 고민을 불러일으킵니다.
🐤 인간의 인지 - 사건
이 나레이션은 드라마 속 인물들이 겪는 비극과도 연관됩니다. 사건들은 발생하지만, 그 사건을 목격하거나 인식하는 사람이 없을 경우, 그 비극은 마치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잊혀집니다. 이는 펜션 사장님으로서의 피해자의 고통과 목소리가 외면당하는 현실을 은유하며, 드라마가 다루는 연쇄살인과 그로 인한 파문, 그리고 이를 둘러싼 인물들의 감정과 처지를 상징적으로 나타냅니다.
결국, 이 나레이션은 드라마 전반에서 비가시적인 고통, 잊혀진 피해자들의 존재를 상기시키는 장치로 작용하며, 시청자에게 깊은 질문을 던집니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의 미장센이 돋보이는 이유는 감독 모완일의 섬세한 연출과 미술감독의 역할이 함께 어우러진 결과입니다. 모완일 감독은 이미 이전 작품들, 예를 들어 '부부의 세계'와 '미스티'를 통해 스타일리시한 연출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주로 어두운 분위기 속에서 인물의 심리 상태를 극적으로 표현하는 데 능하며, 이번 드라마에서도 그의 특유의 연출 방식이 잘 드러납니다.
미술감독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드라마에서 활용된 색감, 소품, 그리고 촬영 장소 선택 등은 자연을 배경으로 한 고립감과 불안감을 시각적으로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데 중점을 둔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모텔과 숲속이라는 공간 자체가 상징적이고 이들이 놓인 자연, 펜션의 전경, 모텔의 아름다운 뷰 등이 미적으로 강렬한 인상을 주며, 이러한 환경을 통해 인물들이 겪는 내면의 갈등과 외부의 위협이 동시에 강조됩니다. 아름다운 뷰와 인물이 처한 절망적인 상황이 절대적으로 대비되기 때문이죠.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는 이처럼 다양한 요소로 인해 계속해서 보게 만드는 드라마여서, 주말동안 많은 일정이 있었음에도 저녁시간을 내내 할애하여 정주행을 끝내도록 만들었습니다. 촘촘한 스토리와 황홀한 미장센, 그리고 배우들의 신들린 듯한 연기까지, 완벽한 조합이었죠.
넷플릭스 ott 에서 뭐보지 고민하는 분들께는 가장 탁월한 선택이 될 것 같습니다.
🌵 스포
성은은 영하의 펜션에서 그린 그림으로 준비된 전시회를 열고 거기 가보지만, 거기에는 자신이 그린 그림이 아닌 아버지가 미리 준비해둔 그림이 걸려 있었습니다. 성은의 아버지는 엄청난 재력가였고 그동안 그의 사이코패스 적인 행동들을 다 눈감아두고 무마해줬으나 점점 한계를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그림이 아닌 남의 그림으로 이루어진 전시회에 트럭을 몰고 들어가 훼방을 놓고 그 전에 주차장에서 만난 전남편의 동선을 아버지께 말하며 그를 또 막아달라고 합니다.
그녀가 전남편의 아이 시현을 죽였기에 전남편은 지금 그녀를 죽이려고 혈안이 되어있기 때문인데요.
그러고 다시 펜션으로 온 성은에게 영하의 이웃, 용채가 찾아옵니다. 용채 아저씨는 성은이 바로 영하가 말한 진상 손님임을 짐작하고 어서 나가라고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하는데, 이에 성은은 용채를 때리고 찌르고 지하실에 가둡니다.
그리고 용채의 핸드폰을 통해 영하의 딸 의선이 펜션에 오게 만들고 의선을 통해 영하에게 연락해보지만 연락이 닿지 않자 본색을 드러냅니다.
하지만 의선도 이에 맞서 성은과 싸우는데요. 둘은 잡히는대로 잡고 휘두르며 서로 공격하지만, 성은이 미리 의선에게 준 토마토주스에 담긴 약 때문에 결국 의선은 의식을 잃고 성은은 딸을 미끼로 영하를 불러들입니다.
영하는 이에 찾아와 딸을 살리기 위해 성은과 마지막 거래를 하게 됩니다.
성은은 자신이 의선과 용채를 공격한것에 대해 조용히 할 것, 펜션에 전남편이 찾아올텐데 자기에 대해 모른다고 할 것, 그리고 자기와 함께 뭔가를 묻을 것, 이 세가지를 요구하고 영하는 받아들입니다.
하지만 영하가 이를 받아들인 건 사실 형사 보민과 이미 일전에 상황 공유가 다 되었기 때문인데요. 계속 성은을 따라다녔던 보민은 성은에 대해 어느정도 파악하고 있었고 영하의 딸이 납치되었다는 얘기까지 듣게되었습니다. 이에 딸을 찾으면 신호를 보낼테니 딸이 있는 곳으로 성은을 데려와 현장에 나타나게 하라, 그러면 현행범으로 잡겠다, 말합니다.
신호를 받은 영하는 성은을 데리고 현장으로 가서 그녀가 현행범으로 잡히게 만들고, 처분을 기다리지만 그녀는 아버지 때문에 풀려납니다. 직접적인 증거들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아버지는 성은만 풀어준 것이 아니라 전남편도 풀어주었고 성은이 아버지의 말을 듣고 서울로 오지 않을 시 전남편이 죽여버리도록 판을 짜두었습니다. 이에 성은은 펜션으로 돌아갔다가 전남편을 만났고, 거기서 영하가 두고 온 기호의 총을 든 전남편에게 총 세방을 맞고 죽습니다.
기호는 상준의 아들로, 모텔에서 연쇄살인 중 한 살인을 저지른 연쇄살인범 때문에 가족이 무너지고 엄마는 자살을 하고 자신은 심지어 연쇄살인범을 마주한 트라우마로 삶을 제대로 살아가지 못하는데요. 대신 그 범인이 모범수로 엄마를 뵈러 나오는 순간을 포착해 죽이기 위해 총을 만들고 그 총으로 범인을 죽이는 시뮬레이션을 하고 실패했을 때 뛰어와서 그 범인을 주길 시뮬레이션까지 하는 등 복수로 점철된 삶을 살아갑니다.
마침내 복수에 성공한 기호는 때마침 찾아온 영하가 경찰인 줄 알고 잠시 묶어뒀다가 그냥 내보내는데요. 왜냐하면 모든 일이 끝났기 때문에 자기는 이제 자살을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이를 직감한 영하는 그대로 가려다가 다시 뛰어들어가 기호의 자살을 막고 기호의 이야기를 끌어냅니다.
기호는 자신의 가족의 원수인 연쇄살인범을 죽이기 위해 연쇄살인범에 자서전까지 읽어봤는데 그 범인은 이미 자신이 했던 모든 행동을 지나치고 자신의 삶을 되돌아볼 만큼 그 과거에 묶여있지 않는대 자신의 가족은 그 자리에 묶여 있고 자신조차도 여전히 그때 그 시간에 묶여 있음을 깨닫고 분노가 아닌 무엇인지 모를 감정이 느껴졌다고 했습니다.
아마 그것은 후회와 돌이킬 수 없는 과거에 대한 집착과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평범하고 단란했던 가족들의 모습에 대한 그리움 같은 게 한데 뒤섞인 것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영하 역시 이를 듣고 기호가 총을 만들고 그 범죄자를 죽였던 모든 흔적들을 대신 불태워줍니다. 그런데 그때 성은이 자신의 딸을 납치해 갔다는 것을 알게 되고 기호에 총을 들고 가서 성은을 위협하고 또 성은의 전남편이 그 총을 가지고 성은을 죽이게 되는데요.
성은의 전남편은 당연히 총이 어디에서 왔는지 모르고 펜션에서 주었다고 했는데 기호도 이 총이 왜 펜션에 있었는지 모르겠다고 말합니다. 기호의 사건을 눈감아주기 위해서였죠.
하지만 천부적인 술래였던 형사 보민은 이 총이 자신의 첫 사건이었던 레이크뷰 모텔 사건의 범인인 연쇄 살인범을 죽인 그 총이라는 것은 직감합니다. 하필 그 자리에 종두슈퍼 모자가 있었다는 것 등 힌트는 아주 많았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녀는 그것이 자신의 관할이 아니며 자신은 진짜를 잡지도 못했는데 개구리만 잡기 싫다며 기호를 잡지 않습니다.
그녀가 성은을 잡지 못하고 성은이 뛰쳐나가는 바람에 결국 성은의 전남편이 성은을 죽였기 때문인데요. 죽은 사람에게는 죄를 물을 수 없어서 보미는 그녀를 살인자로 판결받도록 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기호에게 좀 웃으며 살라 말하죠.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영하는 자신의 펜션을 그냥 별장처럼 이용하고 있었는데요. 어느 날 기호에게서 연락이 옵니다. 아저씨의 집을 보고 싶다는 연락이었습니다. 이에 영하는 우리는 할 말이 아주 많겠네라고 웃으며 답합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아주 상징적이고 간결하면서도 풍성한 소설 같은 드라마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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