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버그란 쌍쌍이 다니는 것으로 유명한 곤충, '계피우단털파리'의 별명이다. 그러니까 파리 의 한 종류인 것인데 크기가 안그래도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던 파리보다 큰 데다가 쌍쌍이 다니니 더 커보이고 쌍쌍이 다니는 기괴한 모습에 거부감이 크고 또 사람을 피하지 않고 사람에게 잘 돌진하며 사람의 몸, 옷 등에 서슴없이 달라붙는 특성 때문에 많은 이들이 꺼리는 벌레이다.
러브버그는 지난해에도 여름녘부터 서울 은평구 등지에서 기승을 부렸었다. 따뜻한 기온이 되면 성충이 되기 때문인데, 올해도 날씨가 따뜻해짐에 따라 서서히 등장하기 시작했다. 특히 서울 시내 중심가에서도 발견되는 등 갈수록 출몰 지역이 확대되는 모양새다.
현재 서울 여러 시내 중심가에서 러브버그 목격담이 계속 나오고 있다. 광화문에 있는 회사에 다닌다는 한 제보자는 "회사 창문을 봤더니 검은 벌레가 붙어 있었다"며 "가까이 가서 보니 러브버그였다"고 했다. 비단 광화문뿐만이 아니다. 신촌 일대에서도 러브버그를 봤다는 사람들의 목격담이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올라오고 있다. 가장 많은 목격담이 나오는 곳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은평구와 경기 고양시다. 은평구청에 따르면 올해 러브버그 관련 민원은 이미 6월 하순에 1000건 가까이 접수됐다고 한다.
사람들은 "작년에 나타난 러브버그가 또 나타나기 시작했다", "현관문에 러브버그가 붙어있었다", "출근길에만 늘 러브버그를 10번 넘게 본다", "가만히 있으면 모르겠는데 사람한테 날아드니 견디기 힘들다" 등 여러 고충을 토로했다.
러브버그는 익충?
물론 우리가 익히 들은바와 같이 러브버그는 사람에게 해롭지 않고, 오히려 환경 정화에 도움이 되는 익충(益蟲)으로 알려져 있다. 야외에서는 진드기 박멸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고 죽은 식물에 알을 까고 죽은 식물을 양분삼아 자라나는 등 환경의 선순환에 영향을 끼치는 삶의 형태를 지니고 있기 때문인데, 너무나 많은 개체 수로 짝을 지어 다니기 때문에 걸어다닐 때 너무 많이 몸에 달라붙는다거나, 차에 달라붙는다거나 등 시민들에게 불편함을 끼치는 것도 현실이다.
러브버그 서식지
원래 러브거는 주로 중국 남부 지역이나 일본 오키나와 등지에 서식하는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국내에 모습을 보이면서 국내 정착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그런데 국내에 정착한다고 해도 보통은 산이나 들에 살기 마련이다. 원래 러브버그는 1~2년 전부터 북한산을 중심으로 서식해오다가 지난해 대발생했다고 한다. 또 통상 암컷 한 마리가 알 300~500개를 낳으며, 애벌레는 낙엽이 썩어 만들어지는 ‘부엽토’에 살고 1.5㎝ 정도까지 자란다. 겨울이 추운 한국에서는 애벌레로 6개월 정도 살다가 7~9일에 걸쳐 번데기가 되고 기온이 24도 정도로 올라가면 성충이 되는 과정을 거친다.
그런데 산을 개발하면서 서식지가 점점 줄고 있고 알을 까는 '죽은 식물'과 '자동차 배기가스'가 그들에게 비슷하게 느껴진다고 한다. 그래서 도심에서 알을 까기도 하고 점점 서식지가 좁아져 어쩔 수 없이 도시에 기생하면서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해에는 7월 초부터 러브버그가 나타났지만, 올해는 예년보다 덥고 습한 날씨 때문에 2~3주 앞당겨진 6월 중순부터 모습을 보이고 있어 작년보다 더 오랜 기간 많은 러브버그들이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들이 나오고 있다.
러브버그 출몰지역
러브버그는 현재 은평구, 고양시, 등 서울 서북부와 인천 일부 지역에서 보이고 있다. 더 정확히는 은평구, 마포구, 서대문구를 중심으로 서울 중심부까지도 확산되어 있고, 동대문구, 성동구 등에도 민원이 있었고, 관악구, 영등포구 등에서도 러브버그가 보였다는 이야기가 커뮤니티에 올라오고 있다. 서울은 순환버스가 많아 차에 붙어 온 것으로 볼 수도 있으나 어쨌든 따뜻한 날씨가 더 지속됨에 따라 서식 기간은 늘고, 개발이 계속됨에 따라 서식지는 줄기 때문에 인간과 부딪히는 시간과 공간이 늘어나는 것은 필연적으로 보인다.
러브버그 퇴치
은평구는 러브버그가 대량 발생하여 처치가 곤란한 경우 보건소 질병관리과 감염병관리팀에 연락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민원이 접수되면 구는 해당 지역 방역을 진행한다. 또 러브버그가 실내로 들어오지 못하게 방충망을 설치하고, 창문에 붙어있을 경우 분무기로 물을 뿌려 떨어뜨리라고 안내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러브버그가 재출몰한 이유로, 지난해 확산했던 지역이 그들의 주거지가 되었으므로 그들이 거기에 또 알을 낳았고 이들이 다시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했다. 거기에 “지난해 대발생 이후에 지하철, 차량 등에 붙어서 멀리 퍼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대발생 이후 짝짓기, 산란 경쟁에서 밀려난 개체들은 주변 지역으로 확산되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니까 점점 서울 곳곳에서 러브버그가 보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행태이긴 한듯하다.
러브버그의 확산을 막고 피해를 줄인 공생을 위해 국립생물자원관은 발생한 곳과 확산 방법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조사하며 유전자 분석 등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서울시민들이 매년 러브버그를 만나는 일은 왠만하면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는 러브버그 유충이 도심에서는 생존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있기도 했는데 추가 연구를 해보니 꼭 깊은 산이 아니라도, 낙엽이 있는 작은 공원 등에서 충분히 살 수 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러브버그의 확산에 대한 관건은 ‘기온’이라고 한다. 신 교수는 러브버그가 대발생해 확산하는 지역은 ‘깊은 산’보다는 서울 은평구 ‘봉산’처럼 도심 속에서 산이 많은 지역이고, 이는 “고립된 산이 아닌 도심에 있는 산에서 발생하는 도심 열섬 현상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측”되기 때문이다. 또 겨울 기온도 중요하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곤충은 겨울에 견딜 수 있는 온도가 정해져 있는데, 어떤 곤충은 겨울이 매우 추우면 다음 해 여름에 개체 수가 크게 줄어들기도 하기 때문에 러브버그 유충도 겨울 온도에 따라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러브버그의 유충이 최저 몇 도까지 생존할 수 있는지는 아직 모르고 지구 이상 기온에 따라 겨울에 추운 날씨가 지속되지 않는다는 점 등이 러브버그 유충 수 감소에 대해 다소 절망적인 전망을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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