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치혀 mz문학 홍어장수 였다가 통역사가 된 문순득 이야기

전라남도 신안군 우이도에서 태어난 문순득은 흑산도에서 난 홍어를 잡아다가 파는 장사꾼이었다. 그는 특유의 ENFP 스러운 성격으로 늘 사람들과 잘 어울렸다고 한다.

1801년 12월 평소처럼 뱃길에 오른 그는 그만 풍랑에 휩쓸려 웬 섬에 도착했는데 특이한 옷과 머리모양을 한 사람들이 사는 곳이었다.

그들이 주는 물과 죽으로 기력을 회복한 그는 그들에게 물어 그곳이 유구국, 즉 오키나와 임을 알게된다. 옛날에는 제주도는 탐라국, 오키나와는 류큐 왕국, 유구국 으로 독립적인 국가를 이루고 있었다.

문순득은 그곳에서 밥도 챙김받고 아프면 의원도 챙김받으며 유구국에서 8개월을 지냈다. 그동안 그나라 말도 익히고 사람들과도 친해져 고향에 돌아갈 기회도 얻게 되었다.

하지만 당시 표류민 송환절차에 따라 청나라를 거쳐 고국에 돌아가야 했는데, 그만 그렇게 돌아가는 길에 또 풍랑을 만나 표류하다가 이번에는 피부색까지 다른 사람들이 사는 섬에 닿게 되었다.

이곳의 이름은 여송국. 필리핀의 옛 이름이었다. 당시 스페인의 지배를 받던 필리핀에는 서양식 건축물이 즐비했고 전 세계 사람들이 와서 서로의 문화와 자기나라 물품을 교류했다.

이런 현장을 본 문순득은 한국인 최초로 필리핀에 가게된 사람일 뿐 아니라 서양 문화와 세계 무역에 대해 처음 목격한 사람이 되었다. 당시 조선은 청나라, 일본과만 교류했기 때문에 이 정도의 시장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문순득은 여송국에서도 먹고 자고 말을 배웠다. 그리고 이번엔 당시 청나라 오문 이었던 현 마카오행 배를 타고 또 난징을 거쳐 베이징을 거쳐 의주를 거쳐 고향으로 돌아가는 배를 탈 기회를 잡았다. 그렇게 우이도까지 돌아가는 데에는 꼬박 3년 2개월이 걸렸다.


그리고 이 문순득이 살던 우리도로 귀양 온 선비가 있었는데 바로 다산 정약용의 형, 자산 정약전이었다. 정약전은 문순득의 여정에 흥미를 느껴 그의 표류기를 청했다. 문순득은 뛰어난 기억력을 가지고 있었다.

유구인들이 바지가 없이 긴 저고리를 입고 있었던 것, 수염은 있고 정수리 머리는 없었던 것, 다른 사람과 밥을 먹을 때 젓가락으로 집어 손바닥에 놓고 빨아먹었던 것, 여송인들이 집과 부엌을 멀리 두었던 것, 밥 짓는 것을 남자가 했던 것, 남녀가 한데 모여 밥을 집어먹던 것, 피부는 검고 머리털은 양털 같던 것, 여송의 신을 모시는 곳이 30~40칸을 가진 아주 크고 아름다운 집이었던 것, 다른쪽의 탑 꼭대기에는 닭을 세워 바람에 따라 돌게 한 것 등 그는 긴 여정의 이야기를 모두 들려주었다.  


이밖에도 각국의 언어, 건축 양식, 선박, 동물들, 선박 등 정말 다양한 분야의 세세한 것들을 기억하는 그의 표류기를 들은 정약전은 이를 기록했다. 이는 동시대 동아시아, 동남아시아의 언어와 문화가 담긴 엄청난 사료가 되었다.

실제로 정약용도 이를 읽고 화폐 개혁을 주장했고 이강희는 선박 기술을 추가해야한다고 문순득이 보고온 선박들을 중심으로 선박 개혁에 대한 글을 실용적으로 써서 건의하기도 했다. 오늘날에는 당대의 문화를 연구하는데에 쓰이는 좋은 자료가 되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다가 아니라, 문순득은 제주도에 표류된 필리핀인의 통역을 맡기도 했다. 여송국의 말을 할줄아는 사람이 없어 제주도에서 9년동안 지내던 여송국 사람들은 여정에서 돌아온 문순득의 통역으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리고 문순득은 조선도 청나라도 하지 못한 필리핀어 통역사 역할을 한 공로를 인정받아 큰 벼슬을 받게 됐다.

그의 이야기는 순조실록과 표해시말에 기록되어있고 당대 실학자들의 시야를 넓히는데 큰 역할을 했다. 풍랑을 두번이나 맞았지만 주저앉지 않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을 해낸 그의 모습은 위기를 어떻게 견뎌야할지 전혀 다른 시대를 살고있는 우리에게도 역시나 큰 울림을 주는 부분이다.

홍어장수 문순득 조선을 깨우다:조선 최초의 세계인 문순득 표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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