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언즈에서 꽤 오래 몇달 묵었던 숙소에서 나오게 되었다. 집을 처음 구할 때부터 집주인이 얼마동안만 쉐어하우스로 쓰고, 그 이후부터는 에어비앤비를 쓸거라고 해서 오래 계약하지 못했다.
🏡
하지만 짧은기간 묵는 동안, 충분히 집의 즐거움을 알게해준 집이었다. 호주워홀은 한군데 오래 머무르기가 참 어려웠다. 그래서 아무리 돈을 벌고 루틴이 생겨도 안정감을 느끼기가 어려웠던 듯 하다.
그리고 이때만 하더라도 케언즈에서 떠날 생각이 없었어서, 짝꿍과 함께 케언즈에서 좀더 오래 묵을 장기 숙소를 찾으러 돌아다녔다. 돈을 많이 벌지는 못했지만, 벌 수 있을 거란 생각에, 우리는 좋은 집을 보러다녔다.
그도 그럴 것이 케언즈는 참 만족스러운 도시였다.
그 여유, 분위기, 주변 환경, 모습들... 😌
그래서 그냥 거기서 태어난 사람들 혹은 거기에 생활 기반을 다 갖춘 사람들이 (한국인이든 외국인이든) 부러운 마음도 있었다.
케언즈에서 두어번 정도 불꽃놀이도 봤는데 한번이 나오기 직전에 본더라 더 기억에 남는다. 나에게 마지막까지 좋은 기억만 가지고 가라는 신호 같았달까.
비록 마땅한 집이나 잡(일자리)이 없어서 떠난 거였지만 이런 분위기와 이미지 때문에 케언즈가 여전히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는 듯 하다.
여기는 보러갔던 집 중에 하나였다. 거실도 있고 방도 있었다. 이때만 해도 별로 돈 모을 욕심은 없고 그야말로 1년 동안 워킹 반 홀리데이 반을 누리기 위해 좋은 집도 봤던 것 같다.
아마도 워킹홀리데이에서 뭘 목표로 하느냐에 따라 내가 중요한 우선순위를 갖추고 살아가는 것도 좋은 워킹홀리데이 방식 중 하나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내가 좋아하는 것. 행복을 위한 삶의 우선순위를 분명히 하고 살아가다보면 정말 내가 여기에서 살아도 행복할 수 있는지도 분명히 낱 수 있고, 그럼 그걸 유지하기 위한 여러가지 방법도 찾아볼 수 있으니까.
나는 1년 동안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하면서 분명히 즐겁기도 하고 색다르고 좋았지만 내가 원하는 삶이 평생 이런 식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한국에 돌아와 원하는 삶을 향한 방향을 정하고 살아내고 견디고 있다.
호주에서의 삶을 택한 다른 SPC 어학원 친구들의 삶이나 워킹홀리데이를 하다가 정착을 위해 학생비자로 일하며 공부하는 사람들의 삶도 보았고 들었고 비슷하게도 살아봤지만, 내가 택한 삶이 한국에서의 삶이라는 것.
그리고 세상엔 수많은 삶의 방식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는 것. 이 두 가지만으로도 충분히 워킹홀리데이는 값어치 있는 경험이었다. 🫶
물론 그런 교훈 외에 이런 맛있는 거 많이 먹는 삶. 미래를 진짜로 잠깐 내려놓거 현재에만 충실히 사는 삶. 맛있는 아보카도를 부담없이 먹는 삶. 빵 문화권에서의 삶 을 맛본 것도 너무 좋았다.
한달살기 가 유행하는 이유를 알겠는 느낌.
사실 나도 거의 케언즈 세달. 브리즈번 세달. 시드니 세달. 해서 호주 각 동쪽 주요 도시별로 세달살기 를 해본 격인데 너무너무 재밌었다. 한달살기 를 해도 아쉽다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 세달살기 해도 아쉽다. 나도 미래에 대한 걱정 같은 게 없었더라면 그냥 더 죽치고 호주에 살면서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더 했을지도 모른다. 😳
왜냐면 이렇게나 예쁜 도시니까. 😍
사실 여기는 케언즈 보타닉 가든이다. 호주는 도시마다 각 지역의 자연과 기후가 달라서 그런디 이를 반영한 아름다운 보타닉 가든을 가지고 있다. 시드니. 멜번. 브리즈번. 퍼스. 다 있다고 한다.
케언즈는 주로 열대 식물 같아 보이는 종류들이 정원에 그득했다. 그래서 정말 휴양지 스러웠고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이렇게 이쁜 입간판 걸어둔 카페도 보타닉 가든 안에 있었다. 사실 호주는 어디든 가게 입간판 들이 참 이뻤다. 각자 손글씨로 예쁘게 쓰고 꾸며두는 게 디폴트라 각 가게의 입간판만 구경하는 재미도 있었다.
내부도 이렇게 감성감성 했다.
외국 감성 카페는 뭔가 인스타에 치중한 느낌이 아니라 따뜻함과 아기자기함에 치중한 느낌이다. 모던하고 세련되고 그런건 아니지만 사랑스럽고 다정한 느낌.
그렇게 사랑스러운 케언즈 보타닉 가든 안의 카페에서 라떼를 하나 시켜 들고 다시 보타닉 가든 구경을 나섰다.
사철 따뜻하다보니 꽃들이 크고 밝은 색이 많았다. 그렇게 보타닉 가든을 한바퀴 돌고나니 내 기분까지 밝게 피어난 듯했다.
프리 가이드 투어도 있었다. 아마 영어였겠지. 신청했다면 반은 못알아들었을 테다. 하지만 외국인들은 영어를 못알아듣는 나에게 대부분 친절했다. 다시 말해주었고 설명해주었다.
근데 일할때는 아니어서, 그리고 일단 일할때는 못알아듣는게 너무 민폐니까 스스로 너무 위축되어서 힘들었다. 위축되는 성격이라면 영어를 와서 공부하는게 아니라 미리 공부하고 오는 걸 추천한다. 말은 와서 트는게 맞지만 듣기는 미리 오랜 시간을 들여 트여야 한다. 👂
🧭 케언즈 보타닉 가든 지도
케언즈 보타닉 가든은 꽤 넓었다. 다 돌아보지는 못했고 가보고 싶은 곳 몇곳을 찜해서 가려다가 길 좀 헤매고 발길 닿는대로 걷다가 나왔다. 일년에 두 세번 가볼만한 곳일 것 같다.
그리고 케언즈 떠나기 며칠 전, 밤 산책 중 불꽃놀이도 봤다. 가끔 호텔 이벤트나 케언즈 시 이벤트로 불꽃놀이를 했었다. 볼때마다 기분좋고 또 내가 케언즈에 있는 걸 기념해주는 것 같아 즐거웠었다.
그래도 상황에 떠밀려 떠나야 하긴 했지만, 여전히 케언즈가 다시 가고 싶은 도시로 기억속에 남아있는 이유다.
호주에 다시 놀러 간다면 꼭 케언즈 몇일, 시드니 몇일, 그리고 못가본 퍼스와 타즈매니아에 몇일씩 가보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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