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 케언즈에서 집을 한참 구하다가 결국 적당히 마음에 드는 집을 찾지 못하고 (너무 비싸거나, 컨디션이 맘에 들지 않았습니다) 일자리도 애매하니까, 차라리 농장이나 공장에 가서 세컨비자를 따기로 결정했습니다. 🥕
그래서 일단 옮길 곳을 정하기 전까지는 호스텔에서 주단위로 값을 지불하며 지내기로 했어요.
호스텔 옆으로는 소품샵이 몇개 있었는데 워낙 애보리진 원주민들이 많아서 그런지 원주민스러운 물건들이 많았습니다.
호주 원주민은 약 65,000년 전부터 호주 대륙에서 거주하며,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지속적인 문화를 유지해 왔다고 해요. 미국 원주민은 약 20,000~30,000년 전 빙하기에 베링 육교를 통해 아시아에서 아메리카 대륙으로 이주한 것에 비하면, 아주 오래되고 지역적인 그래서 특별할 수밖에 없는 문화인 것 같습니다. .
또 이러한 지리적 고립 덕분에 외부 문명과의 접촉이 거의 없이 독특한 문화와 언어를 발전시킬 수 있었다고 합니다. 언어도 엄청 다양해서, 유럽인이 도착하기 이전에는 약 250~300개의 언어가 사용되었다고 해요. 현재는 그 중 많은 언어가 소멸 위기에 처해 있지만, 몇몇 지역에서는 여전히 전통 언어가 유지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애보리진 예술은 상징적이고 독창적인 스타일로 유명한데, 점묘화(dot painting), 바위 조각, 나무 조각, 몸 페인팅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 예술은 이들의 신화나 부족의 전통을 시각적으로 표현해내죠.
물론 무난하고 여행을 기념하면서 일상에서 쓸만한 물건들도 많았습니다. 사실 옷이나 소품류는 호주 것이 한국 것보다 제 취향에 더 잘 맞았어요. 저는 키치키치한 소품들을 좋아하는데 한국은 점점 모던해지고 있어서, 호주의 이런 정겹고 약간은 촌스러울 수 있는 소품들이 저는 더 끌렸습니다.
호스텔은 이런 소품샵과 카페 사이에 있어서, 좁긴 했지만 시내를 구경하고 다니기에는 너무 좋았습니다. 급하게 정했고 또 단기로 묵을 거라 좋은 곳을 고르지는 않았지만요.
그 증거로 계단이 이렇게 높고 좁았습니다. 😂
짝꿍이랑 둘다 각자 1년치 옷 담아온 캐리어를 들고 이동해야 했는데 아주 힘들었죠.
여기는 소품샵은 아니고 타겟오 라는 생활용품 샵입니다.
타겟오는 귀여운게 많은데 가격도 저렴해서 쇼핑하기 정말 좋은 곳이었습니다. 물론 지금은 호주도 물가가 많이 올랐을 수 있지만, 이때 가격도 우리나라보다는 조금 싼 상태였어요.
그리고 지금 우리나라 물가가 거의 미국만큼 올랐기 때문에 아마 호주가서 다시 본다면 우리나라보다 훨씬 싼 상태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귀여운 소품 잡화들이 많으면서도 또 이렇게 신발이나 편리해하는 것들 실용적이어야 하는 것들은 너 이렇게 심플하게 실용성만을 주목해서 만든 제품들도 많아서 두루두루 제 취향에 맞았습니다.
핸드폰 케이스는 제가 부드러운 걸 쓰는 편이라 이런 딱딱한 게 많아서 잘 안 사게 되긴 했는데요. 부드러운 젤리 케이스에 이런 홀로그램을 넣어 줬다면 아마 구매했을 거 같아요. 🤔
이런 접시들도 너무 귀엽죠. 이게 간단히 다과나 과일 담기에 굉장히 좋은 용도 같은데 요즘 살림을 하면서 부쳐 그릇이나 컵 같은 경우에는 안에 그림은 예뻐도 모양 자체는 하나로 통일되는게 편하다.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되어서 이때 구매하지 않은 건 참 잘한 선택이었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
한차례 아이쇼핑을 끝낸 후 좀 쉬기 위해서 다시 라군 수영장으로 향했는데요. 수영장이 숙소 근처기도 하고 수영장 근처 잔디밭에 앉아서 가만히 주변을 보기만 해도 스트레스가 많이 풀리기 때문에 숙소에 머물면서 이 라군 수영장을 더더욱 애용하게 되었습니다.
케언제는 사철 여름이라는 것 때문에 더더욱 끌리는 도시 같아요. 여름이라고 해도 우리나라처럼 습한 여름이 아닐뿐더러 사철 여름이다 보니 이렇게 사철 수영장과 바다와 잔디밭을 즐기는데 큰 부담이 없다는 것, 그래서 늘 한결같이 한결 같은 곳에서 스트레스를 푸는 루틴을 만들 수 있다는 것, 이런 부분들이 케언즈를 기억에 남는 도시로 만든 것 같습니다.
이렇게 가만히 여유를 부리다 목이 마를 때면 근처에 가서 버블티를 한 잔 사 마셨습니다.
그야말로 신선놀음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버블티 가게가 또 거의 수영장 근처에 있었기 때문에 지금 소매를 보시면 이게 제 수영복 쓰리피스 중에 가장 바깥쪽 수영복이에요. 그래서 이렇게 원피스긴 해도 어쨌든 수영복을 입고 버블티 가게를 다녀오고, 버블티를 마시고, 쉬다가 또 수영을 하고 다시 나와서 쉬고 하는 시간들의 반복이었습니다. 🧋
그러다 저녁이 되면 노을이 예쁘게 지는 하늘을 감상하며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가끔 나이트마켓을 지나면서 맛있는 디저트를 사먹기도 했어요.
한가로이 라군 수영장 옆의 테이블에서 노트북을 하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죠.
혹시 해외에서 재택할 수 있는, 요즘말로 워케이션 이라고 하던데 그런 여유를 즐길 수 있는 분들께도 케언즈 완전 추천해요. 🌴 이렇게 좋은 뷰 보며 편하게 일할 수 있는 기반이 다 갖춰진 곳이거든요.
라군 옆으로는 대관람차도 있어서 타볼 수 있습니다.
저는 대관람차 세워질 때를 운좋게 목격해서 사진도 찍었는데요. 대관람차 옆의 사람들이 너무 자유롭게 잔디에 누워있는 모습이 케언즈의 분위기를 그대로 잘 보여주는 것 같아요.
비록 저는 이렇게 헐벗고 누워있을 만큼 이곳 분위기에 동화되지는 못했지만, 이런 분위기가 너무 좋았고 마음으로는 이미 동화되어 있었습니다. 흠뻑 사랑에 빠져있었죠. 🫶
그나마 유교걸인 제가 즐길 후 있는 가장 헐벗은 복장(?)인 쓰리피스 수영복을 입고 잔디에 눕기도 하고 버블티를 먹으며 그냥 바다 멍 때리는 것만 해도 한국에서는 볼 수 없었던 여유였어요.
케언즈에 있으면서 점점 이런 여유를 스스럼 없이 누릴 수 있고 부릴 수 있는 사람이 되었어요. 물론 그전에도 저는 제 삶을 최대한 행복하게 즐기기 위해서 노력하는 사람이었지만 케언즈에서의 삶을 영위하면서 그리고 그곳에서 살아가는 다른 사람들의 여유를 보면서, 삶을 아둥바둥 살지 않는 것, 그래서 삶 자체에서 여유가 묻어나는 것, 그래서 삶의 여유와 행복이 디폴트로 깔려 있는 것, 이런 삶의 모습들에 대해서 많이 보고 배우고 실천해 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다시 한국에 돌아온 지금은 그런 모습을 조금 잃어버리기도 했고, 한국에서의 삶이 아무래도 주변에서 그렇게 여유를 즐기면서 살지 않다 보니까 살 수 없는 형태인 것 같기도 하고, 스스로 조금은 조급해진 면도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너무 조급해졌다, 싶을 때쯤 한 번씩 케언즈에서의 삶을 떠올리면서 내가 가장 행복했던 삶의 형태를 떠올리고, 그 모습으로 다시 되돌아가려고 노력할 수 있어서 케언즈는 제게 참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고, 참 고마운 도시로 남아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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