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호주 케언즈 워홀 그 마지막 스토리로 향해가고 있습니다. 이후에는 브리즈번, 탬워스, 캔버라 등 다양한 도시에서 일하기도 하고 여행을 하기도 합니다. 저는 캠에서 웜홀러로 살았던 것도 너무 재밌었지만 이 도시 저 도시 계속해서 이동하면서 지냈던 시간들도 너무 즐거웠어요.
케언즈에서는 스시메이커와 서버 정도만 했는데, 이후에는 일자리도 아주 다양해집니다. 사실 스시메이커와 서버는 비슷하잖아요. 하필 제가 서버로 일한 가게가 또 스시하우스이기도 했구요.
그도 그럴게 케언즈에는 일본인이 정말 많아서 스시집이 아주 많았어요. 근데 날생선은 연어, 참치 정도고 나머지는 다 익힌 생선이라는게 좀 아쉬운 점이었죠.
저는 도미, 우럭, 민어, 방어 등 다양한 생선회를 좋아하거든요 😍
첫사진부터 워킹데이 사진이네요.
일하는 동안 사진을 찍을 순 없기에 일하는 사진은 없지만 대신 점심밥 사진은 꼭 찍었습니다. 📷
호주에서 외식을 하기는 어려웠기 때문에 이렇게 식당에서 일하다가 공짜로 주는 점심밥이 너무 맛있었어요. 아무리 요리가 늘었다고 해도 거기서 조미료나 조미료처럼 감칠맛을 낼 수 있는 그런 것까지 구매해서 요리를 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집에서 먹는 밥은 약간 아쉬움이 있었거든요.
사실 한국이 그리워서 1년을 다 안 채우고 돌아왔다라고 말하곤 하는데 사실 한국이 그리웠다기보다는 외식 밥이 그리웠던 게 좀 큰 것 같아요. 한국은 외식 물가도 저렴하고 외식 문화도 활발해서 친구들이랑 밤늦게까지 놀기도 하고 했는데 호주는 그런 문화가 많이 발달해 있지는 않아서 그런 시간은 정말 손에 꼽을 정도로 조금 가졌고, 카페는 주로 3시에 닫고 밤에는 대부분 보통 집에 있는게 일반적이었거든요.
호주는 뭐랄까, 조금 심심하고 삼삼한 그런 나라였어요.
여유로운 만큼 짜릿함은 드문 그런 곳이었죠. 하지만 우습게도 지금 호주가 그리운 이유는 바로 그 심심하고 삼삼함 때문이랍니다. 😂
이날은 라떼를 처음 내려본 날이었어요.
라떼 아트도 나름 하트를 그려 해봤답니다. 🤍 라떼와 플랫화이트, 카푸치노는 거품의 차이라서 거품의 정도가 중요한데 초심자의 운이었을까요, 거품 적당히 잘했다고 칭찬도 받았답니다.
라떼는 거품 양이 중요하다보니 이런 잔에 내려 거품 정도를 확인한다고 해요. 그래서 저도 여기에 내렸는데 진짜 거품 양이 적당해보이죠?
근데 제가 쫄보여서 우유 스팀할 때 그 쇠컵 온도 손으로 대보고 적당히 느끼고 짐작하는 걸 잘 못하겠더라구요 😭
그래도 케언즈에서 이런 쉬는 타임들이 있었어서 버틸 수 있었습니다.
일을 하고는 있었지만 어디 놀러와서 일하는 좀 독특한 느낌이었어요. '놀러와서'라는 설정이 강력히 느껴져서 더 진득히 일하지 못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호주에서 아무리 일을 잘한다고 해도 거기서 계속 일하기는 현실적으로 힘들고 또 일이라는 게 결국 사무직이 아니라 가게나 카페에서 음식을 만들고 커피를 내리는 일이었는데 저는 그쪽으로 쭉 일을 하려는 생각은 없었어서 더더군다나 진득하게 참고 버티고 배우고 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사실 1년 동안만이라도 이게 내 직업이다, 이걸로 1년 동안 내가 살아갈 거고 나는 이 일 말고 다른 일을 생각하지 않겠다, 이런 마인드로 일을 했으면 좀 오래 했을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아쉬운 생각도 듭니다만 그렇게 매달렸으면 또 한편으로는 지치는 부분도 있었을 것 같아요.
일을 빨리 배우지 못하면 괴로웠을 거고 보스에게 인정받지 못하면 또 초조했을 것 같거든요. 근데 호주에서는 그런 마음이 전혀 없이 일을 했었으니까 장점이라고 한다면 속을 끓이는 일은 없었다는 거예요. 어쩌면 그래서 한국에서의 일할 때와 아주 다른 형태로 일을 했기 때문에 지금은 그 중간 어디쯤 밸런스를 잘 잡고 살아가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
결론은 그때의 저는 정말 한량이었다는 거예요.
제 인생에 그때처럼 한량이 마인드로 살아갈 때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그때는 정말 한량 마인드였습니다. 근데 한 번쯤은 한량 마인드로 잠시 살아보는 것도 저는 추천드려요.
그러다 보면 나에게 점차 너그러워지고, 이어서 다른 사람에게도 좀 더 너그러워질 수 있게 되는 거 같습니다.
호주에서 정말 이런저런 사람을 많이 만났는데요. 그중에 당연히 저와 잘 맞지 않고 배려하지 않고 폭력적인 사람도 있었습니다. 1년 동안 낯선 곳에서 좋은 사람만 만난다는 건 정말 운이 좋은 일이잖아요. 저는 그렇게까지 좋지는 않았는데 대신 제 마인드가 저를 보호해줬습니다. 누군가 저와 잘 맞지 않고 저에게 배려 없이 행동에도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기게 되더라고요.
물론 그게 제 진짜 성격은 아니다보니, 한국에 돌아와서는 다시 이전 성격으로 돌아왔지만 그래도 한번 넓어져 본 덕에 이해심이 아주 줄어들지는 않았고, 호주에서와 기존 한국에서 그 사이 어딘가 정도로 잘 자리 잡은 것 같습니다. 😂
사실 이런 풍경을 매일 보는데 이해심이 안 넓어지는 것도 좀 문제가 있는 것 같기는 해요. 저는 걱정이 될 때마다 불안감이 스멀스멀 차오를 때마다. 이렇게 무료로 개방된 예쁜 수영장에 가서 받아와 하늘을 바라보며 또 시간이 맞으면 노후를 바라보며 마음을 다스리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
저녁때가 되니까 라군이 진짜 더 예쁘죠.
이런 풍경을 매일 보다 보니 캐언즈가 정말 너무 좋았고 너무 떠나기 싫었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결국 떠나게 되었습니다. 근데 떠난 거 자체가 아주 안 좋지는 않았어요. 떠나서 또 여러 가지 다양한 것들을 보면서 그 경험 자체가 저한테는 계속해서 낯선 것들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상황이었어서 하나의 훈련이기도 했고 떠나도 또 호주였기에 호주 특유의 그런 다양함 다양함을 받아들이는 모습, 그런 것들을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
저녁까지 물놀이를 하다가 집에 가기 전에 호주마트 울월스에 들려서 식재료를 샀는데요. 이때 울월스에서 얼마 이상 사면 이런 캐릭터 피규어를 주고 있었어서 하나 받았습니다.
사자인데요.
너무 귀엽지 않나요? 사실 케언즈에 이렇다 할 어떤 한국 같은 편집 샵 소품샵 같은 게 있지는 않아서 이런 귀여운 피규어 같은 거 이런 한국적인 감성에 귀여운 걸 살만한 곳은 없었거든요. 근데 뜻밖에 마트에서 주는 캐릭터에서 약간 그럼 감성을 느낄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
집에 와서 이렇게 의자에도 같이 앉아 보았구요. 😂
물론 이런 선물샵 기프트샵 같은 것이 많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케언즈가 또 관광지이고 하다 보니까. 근데 약간 한국 기프트 샵이랑 감성이 좀 다른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뭔가 약간 달랐어요. 이런 가방 하나 파우치 하나도 뭔가 패턴이 호주스럽고 케어스럽고 했습니다.
근데 저는 좀 더 귀엽고 아기자기한 게 좋았거든요. 그래서 그런 감성이 약간 안 맞지 않았나 싶습니다. 근데 또 그 감성이 맞았다면 제가 쓸데없는 물건을 너무 많이 샀겠죠. 그래서 감성이 안 맞았던 게 오히려 감사한 일이다 생각하고는 있습니다. 😌
또 어느 날은 케언즈 시티에서도 가보지 않은 약간 눈에 잘 띄지 않는 구석의 쇼핑센터 쪽으로 가서 그쪽에 있는 카페를 가본 적도 있었습니다. 케언즈 시티가 사람들이 작다, 작다, 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사람 사는 곳이고 필요한게 다 잇는 메인 시티니만큼 제가 주로 활동하는 반경 외에도 다양한 공간이 있고 가게가 있어, 이렇게 안가본 곳도 많았던 건데요.
호주 케언즈 자체가 새로 경험하는 낯선 곳임에도 또 그 안에서 새로운 공간에 가보는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그래서 시간이 되고 기회가 되면 최대한 안가본 곳을 가봤던 것 같아요. 버스타고 좀 나가야하는 곳도 가보고, 시티 메인 거리랑 조금 거리가 있는 타운의 쇼핑센터도 가보고 했습니다.
케언즈도 그렇고 호주 다른 지역도 보면 보통 타운마다 쇼핑센터가 있어서 거기 필요한게 다 있는 느낌이었어요. 그리고 왠만한 곳마다 다 커피도 맛있고 음식도 맛있고 볼거리도 많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
카페놀이가 질리면 수영장으로 컴백해서 힐링하기 😌
진짜 너무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호주에 다시 간다면 최대한 케언즈는 꼭 일정에 넣고 싶어요. 하루이틀 정도라도 가서 라군 수영장의 이 여유로운 분위기를 꼭 다시 느끼고 싶거든요. 적당한 관광객과 적당한 거주민 수가 찾아와, 그 누구도 치열함 없이 즐기는 듯한 이 분위기.
여기에는 서로에 대한 판단이나 사회적 억압도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고, 그저 즐거움과 배려만이 있었습니다. 그 증거로 일단 서로서로 퍼스널 스페이스가 충분한 것, 보이시나요?
이게 무슨말인지 감이 안오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근데 그냥 가서 수영하다 보시면 느끼게 되실 겁니다. 이때 느낀 이 여유와 자유와 배려는 제가 해외여행을 좋아하는 하나의 이유로 확고히 자리잡게 되었어요.
🫠
수영을 하고나서는 근처를 산책하다가 출출해져서 밥을 먹으러 갔습니다.
밥은 나이트 마켓에 있는 중국집에서 먹었어요!
https://maps.app.goo.gl/EQw3pyTB1KhYXE167
예전에 인도네시아 단기인턴 할때도 중국 레스토랑에 간적이 있는데 거기도 이렇게 여러 중국식 반찬들을 떠다 먹는 식이었습니다. 반찬등은 짜조나 깐풍기류가 많았고 야채도 있었는데 2개 선택, 3개 선택 등 개수대로 가격을 받고 종류에 따른 가격의 차이는 없었습니다.
흥미로운 방식이라고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호주에서 중국음식이라니 내키지 않을 수 있지만, 호주에서 먹은 중식, 일식, 동남아 음식, 그리고 한식까지, 다 제나라에서 먹는 것과 다른 매력이 있었습니다.
중국은 안가봤지만 우리나라 짜장면만 해도, 중식이라 불리지만 중국에는 없는 음식이라고들 하잖아요. 스시도 일본에서 먹은것과 달리 익힌 재료로 많이 만들어서 다른 느낌이었고, 동남아 음식도 가서 먹는 것과 달랐습니다.
한식도 한국에서 먹는 것보다 좀더 달달하고 한국 양념 맛이 덜해서 좀 색다른 느낌이 있었습니다.
결론은 다른 나라에서 또 다른 나라의 음식을 먹어보는 경험도 꽤 흥미로운 경험이라는 것입니다.
제 나라를 떠나 다른 나라에 정착하기까지 그 음식을 만든 사장님 혹은 요리사 분의 히스토리가 배어있는 느낌이랄까요. 그들이 이 나라를 어떻게 받아들였고, 이 나라는 그들을 어떻게 맞아주었는지, 그런 스토리를 듣지 않아도 음식을 통해 무언중에 알게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저는 글을 통해 호주를 어떻게 느꼈는지 적고 있지만, 그분들께는 요리가 이 글과 같은 거라고 느껴졌습니다.
🐽
괜히 맛있는거 좋아하는 마음을 이런 개똥철학으로 포장한번 해봤는데요. 아무튼 재미있는 경험임에는 틀림없습니다. 맛있고, 즐거웠던 호주 케언즈. 하지만 3달 정도 있다보니 맛있는 한식에 대한 갈망도 커졌는데 그걸 채워준 친구 이야기를 다음편에 정리해보도롣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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