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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책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 - 결말 스포 감상 후기 - 개인적으로 내게는 너무 아름다운 드라마였다.

by 아셀acell 2022. 5.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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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은 뒷북이라는 것을 알고있다.

스물다섯 스물하나 감상평을 쓰는 것.
어차피 뒷북이니 스포는 신경않고 쓰곘다.

이게 끝난지는 꽤 오래됐지만 나는 주말에 OTT 에서 몰아보는 편이어서 다 본지 얼마 안됐다. 그리고 이 드라마가 마무리 때문에 엄청 욕먹던데 나는 마무리가 너무 좋았다. 그래서 마무리에 실망한 친구와 이야기해보니 그 친구는 한편 한편 나올때마다 봤기 때문에 마지막편 거의 직전에 갑자기 헤어지는 일이 생기고 헤어져버린 것에 어이가 없었다는 얘기 같았다. 그런데 나는 몰아봐서인지 그게 그렇게 배신처럼 다가오지는 않았다.

사실 헤어짐은, 누군가는 오래 고민하고 결정하는 것이기도 하겠지만 누군가는 갑작스럽게 결정하기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그런 내 생각이 반영된 결과일 수도 있겠다. 그리고 사실 나희도가 이 헤어짐을 아주 갑작스럽게 정한 느낌은 아니었다. 이미 엄마로부터 평생 느꼈던 기다림에서 오는 지침, 자신을 사랑해주어야 할 존재가 자신을 뒷전으로 할 때 느끼는 상실감과 배신감, 그런 것들을 백이진으로부터 서서히 느끼고 있었다.



나는 이 부분에서 이 헤어짐은 백이진에게 많은 과실의 퍼센트가 있다고 생각했다. 국내에서 일이 많아서 어쩔 수 없이 늦는 것 까지는 그래, 나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고 나희도는 더더욱 이해해주는 모습을 보였다. 그의 말대로 싸랑하니까.

하지만 뉴욕 특파원을 지원하는 부분은 분명히 나희도와 충분한 대화를 통해 전달했어야 하는 부분이었다. 물론 911 테러로 인해 백이진도 지쳐있었고 삶의 깊은 회의에 빠져있었고 불면증 그리고 아마도 그와 함께 딸려왔을 약간의 우울증까지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하지 못했고 그래서 둘이 엇갈리게 됐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사랑은 타이밍이라는 얘기를 많이 하는 것이다. 비단 사랑 뿐 아니라 모든 만남, 인연은 타이밍일 것이다. 만날 수 있을 때에 만나 친해질 수 있을 타이밍이어서 운좋게 친해지는 것. 사실 그게 모든 인연의 실체 아닐까. 사랑도 사랑할 수 있을 때 만나게 되면 사랑하게 되는 것이고 또 사랑에 방해가 되는 타이밍이 왔을 때 무너지면 헤어지게 되는 거겠지. 그래도 끝까지 나희도는 자신의 서운한 감정을 표출하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러려고 하고 있었다. 나는 그점을 높이산다. 나희도처럼 솔직한 친구가 그런걸 참을 때에는 얼마나 상대를 사랑하기 때문에 배려하고 있었던 걸까. 하지만 한순간 그 감사함을 잊어버린 듯한 백이진은 나희도에게 자신을 좀 이해해주면 안되냐고, 자신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할 생각이 전혀 없는 거냐고 말했다.

상대를 있는 힘껏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상대에게 그런말을 하다니. 그러면 나같아도 맥이 풀어지겠다. 나희도도 그 순간 참아왔던 감정의 벽이 터져버렸다. 거기에는 서운함, 지침, 의심, 불안, 자각하지 못했던 분노까지 포함되어 둘은 크게 싸웠고 헤어지게 되었다.



나중에 나희도는 그 순간을 후회하며 하려던 말은 그게 아니었다고, 더 좋은 말들을 나열하고 아름다운 이별을 하고 싶었다고 일기를 적었는데, 그것을 백이진도 보았고 백이진도 거기 답을 달았는데, 그것은 훗날 중년이 된 나희도가 보게된다.

하지만 나는 나희도가 하고싶은 말은 그것이 아니었을 지언정, 마음속에서 지니고 있던 말들은 그가 뱉었던 말들과 유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언제는 이래서 내가 좋다고 했으면서, 최선을 다해 나와 함께하겠다고 헀으면서 그러지 않았던 너의 모습들이 서운하고 속상하고 혼자 남겨져 화도 났었노라고. 그 모든 것들이 나희도의 솔직한 마음이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사람과 사람 사이에 그런 서운한 마음, 부정적인 마음들이 생기지 않기는 힘들 것이다. 우리는 서로를 백프로 알 수 없기에 오해가 생기고 그로인한 서운함이나 부정적인 감정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쌓아가면 그 연을 이어나가기 힘든 것이고, 그것을 풀어 나가면 그 연을 이어갈 수 있는 것이다.



이건 모든 관계에서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물론 혼자 풀 수 있는 부분은 혼자 풀면 좋다. 그런게 아닐거야. 이친구는 그런 친구가 아니니까. 혹은, 어떤 계기가 있어 아 그런게 아니었네. 그렇구나. 하고 알 수 있는 그런 순간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고 계속 쌓여서 풀리지 않는다면, 그러나 상대와의 연을 이어가고 싶다면 상대에게 말해야 한다. 이런 부분이 서운한데 혹시 내가 잘못 이해한 거냐고. 혹은 그렇게 한 다른 이유가 있는 거냐고.

그러면 그 사람도 나와 연을 이어가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그 부분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줄 것이고 아니라면 아마도 연이 거기까지인 거겠지. 이 부분은 또 확실히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영역임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이것이 오랜 생활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헤어지면서 내가 생각한 인연의 모습이고 또 스물다섯 스물하나에서도 동일하게 느꼈던 부분이었다. 굉장히 많은 드라마나 실제 친구들의 이야기 속에서 이런 과정을 본다.

솔직하지 못해 오해한 채로 멀어지는 사이. 솔직하려 했으나 한 쪽이 애초에 잘 지낼 마음이 없던 사이. 또 솔직하였으나 결국 둘 사이 간극을 좁히지 못해 좋게 멀어지기로 합의한 사이도 있었다.



근데 그냥 이런 과정을 통해 나와 맞는 사람을 찾아가고 또 함께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갖는 것이 좋은 것 같다. 안맞는 사람과 억지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잘맞는 사람을 잃는 것 만큼 고역이기에.

아무튼 스물다섯 스물하나가 그래서 굉장히 현실적이라고 생각했고 나올 수 있는 수 중에서 꽤 아름다운 편에 속하는 이별을 했다고 생각했고 그런 추억으로 인해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는 나희도의 모습에서 많은 걸 배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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