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김초엽 작가님 책 두 권을 읽고 흠뻑 취해 주변에 알리고 다니고 있다. 그중 먼저 방금 떠나온 세계. 에 대한 감상을 남갸보려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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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떠나온 세계'의 소통은 대부분 서로 다른 종, 서로 다른 소속, 서로 다른 시대를 산 그런 어마어마하게 다른 느낌의 존재들을 앞세워 시도된다. 우연히 만난 서로의 존재조차 몰랐던 둘. 어쩔 수 없이 함께해야하는 상황에 놓였고 왠지 서로가 눈에 들어왔던 둘. 누군가의 호의 그리고 누군가의 수용. 갈등과 이별. 그런데 이 모든 것들이 지독히도 익숙하다. 외계인과 행성과 소통하는 사람들을 보면서도 그런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내가 어디가서 외계인을 만나고 행성과 이야기하고 먼 미래의 변해버린 인간과 소통을 하겠냐마는, 심지어 화자가 인간이 아니라 내가 전혀 모르는 존재들임에도 불구하고 낯설지 않았다. 사실 그럴 것이다. 누군가와 소통하는 존재들이라면, 다른 존재를 인지하고 배려하고 그 배려가 서로의 생각과 다를 때 갈등하고 또 화해할 줄 알 것이다.
멸망한 행성을 슬퍼하는 로몬. 모그를 위해 춤을 가르치고 테러를 같이 계획한 게 아니냐는 비난의 눈총을 받는 댄서. 세 번째 팔을 단 연인을 사랑하는 남자. 옛 인류를 사랑한 신 인류. 인간을 위해 잠들어 준 행성. 사라지는 기억을 슬퍼하는 공동 지식 소유자. 이들은 사실 어떻게 보면 전혀 이해할 필요 없는 자들을 이해하거나 사랑하고 있었다.
이해하거나 사랑하고 있다, 라고 표현한 이유는 사실 사랑은 해도 이해할 수 없어 혼란스러워하는 인물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의 마음은 사실 어떻게든 그들을 이해해보고자 자신이 이해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그들을 추측하고 정당화했다. 그래도 안되면 맹목적으로 그들의 편에 섰다. 같은 경험을 통해서라도 함께하고 싶었던 걸까.
사실 이런 이야기들을 전체적으로 정리해보자면 누군가와 만나고 헤어지는 이야기로 일축할 수 있겠다. 이것이 제목인 '방금 떠나온 세계'를 만들어낸 것이 아닐까 했다. 한 사람은 한 우주와 같다는데 그렇다면 누군가를 만나고 헤어지는 건 정말로 한 세계에 발을 디뎠다가 또 떠나는 것과도 같은 것이니까.
이 눅눅하고 끈적한 이야기들 속에서 나는 계속해서 위로받았고 이 쓰라린 갈등과 아픈 사랑을 응원하게 되었다. 거부하기 힘든 달착지근한 잔향 때문이었을까. 이 모든 것들이 나도 잠재우지 못한 내 안의 삐죽삐죽한 가시들을 부드럽게 덮어주는 느낌이었다. 가시들은 포근한 이불에 덮여 더이상 누군가를 찌를 수 없게 되고 대신 숨어있던 잎들이 사랑하고 싶어하며 무성히 자라나는 느낌.
같은 작가님의 책.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도 비슷한 느낌이었는데 주제가 조금 다르다. 둘다 너무 재밌고 의미있다. 오랜만에 찾아온 긴 연휴를 재밌고 따뜻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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