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색감을 지녔다. 채도는 좀 있는 편이지만 대비는 떨어지고 전체적으로 다양한 밝은 색이 맛깔나게 펼쳐져 있는. 이 색감은 일분일초 불안정하게 흘러가는 주인공의 심리와 겹쳐져 어딘가 불안한 그러나 눈부시게 아름다운, 그야말로 생을 표현해낸 것만 같았다.
생은 눈부시게 찬란한 것이지만 그 안에는 무수한 시련과 좌절, 불안과 고독이 있다. 실제로 그것들을 마주하는 것은 잔인한 일이지만 그것들을 겪고 나서야 비로소 우리는 온실 속 화초가 아닌 생명력이 살아숨쉬는 야생화가 될 수 있는지도.
아름다운 것에 홀려 절로 개똥철학을 늘어놓았다. 아무튼 이 영화는 정말 아름답다. 늦겨울 먼저 핀 개나리 같기도 하고 시리도록 파랗게 펼쳐진 어느 예쁜 바다 같기도 하다. 이렇게 장황한 수식어를 늘어놓을 수 있을만큼 내 감수성을 자극한 영화인 셈이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이후로 또 이렇게 색감 좋은 영화를 발견한 것이 기쁘다. 단순히 색감이 좋은 것 뿐 아니라 감정선이 격정적이지는 않지만 굉장히 서툴고 느린 것도 좋았다. 말간 색감에 그런 감정선이 담기니까 어딘가 애틋하기도 하고 묘하게 야릇하기도 했다.
나이가 들수록 나는 이런 영화를 선호하게 되는 것 같다. 예전엔 전개가 빠르고 등장인물이 복작복작하고 화려하고 눈 한번 깜짝이면 스토리를 놓칠 수도 있는 그런 영화를 좋아했는데, 이제는 이렇게 고요한 가운데 보이지 않게 오가는 감정선을 느끼는 식의 영화가 매력적이다. 그런걸 읽어낼 수 있을만큼 성숙해진 걸까. 잘은 모르지만 일단 예뻐서 좋다. 예쁜 색감. 예쁜 감정선. 새드 엔딩마저 너무나 예쁜 색이었던, 그래서 더 빠져들게 된 것 같은 영화, 콜미 바이 유어 네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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