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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책 드라마

지구 끝의 온실. 믿고보는 김초엽. 인간은 식물을 과소평가하고 동물을 과대평가한다. 반려식물 키우고싶게 만드는 소설. 재밌는 소설 추천. 한국

by 아셀acell 2022. 9.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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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김초엽.
나는 김초엽 작가님의 글이 참 좋다.
스토리는 영화처럼 거대하고 웅장하고 흥미진진하면서 놓치지 않는 메시지가 있다.
시끌벅적한 스토리 속에서 가만히 나를 들여다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러나 결코 그것이 답답하다거나 찝찝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김초엽 작가님의 글은 그런 느낌이 아니다.
그보다는 뭔가 아련하고 호소력 짙은 느낌이다.


어떤 글은 느낌이 당장이라도 나를 옥죄는 것마냥 속이 울렁거리게 만들어서 보다가 토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세상을 비판하고 변화하게 만드는 글이라면 응당 그래야 한다고만 생각하고 감수하기도 했는데 김초엽 작가님의 글은 그렇지 않다.
친절하게, 그러나 분명하게, 다른 불필요한 감정노동은 없이 그러나 내가 그의 호소력에 완전히 매몰되게끔 만든다.

이번에 읽은 책은 내가 일전에 읽은 김초엽 작가님의 두 책 사이 시간에 나온 책이다.
중간에 이 책이 나온지 몰랐다.
사실 이 책 말고도 찾아보니 김초엽 작가님의 책이 꽤 있었다.
내가 이걸 다 놓치고 있었다니?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읽고싶은, 믿고볼 수 있는 책들이 생겨 좋았다.


이 책은 디스토피아를 다루고 있다.
그리고 이 디스토피아를 해결하는 건 다름아닌 식물이다.
우리가 먹이사슬의 가장 아래에 있다고 생각했던 식물.
왜인지 알 수 없지만, 긍정적인 말과 감정에 반응하고 예민하게 자랄 곳과 양분을 골라 피어나는 식물.
그러나 그런 부분은 차치하고 소통할 수 없고 살아있지만 살아있는 것이라고 흔히 생각치 못하는 식물.

비단 식물 뿐 아니라 우리는 얼마나 많은 소중한 것들을 소홀히 여기고 살고 있을까.
삶은 원래 이기적이라는 명분 하에 얼마나 많은 것을 짓밟고 하나도 중요하지 않은 것들을 중요시하며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 그런 위선자의 모습은 자연 환경에 따라 피고 질 때를 알고 변화하고 적응해가는 식물과 왠지 대조되는 느낌이었다.


적응과 이기적이 대비되는 개념은 아니지만.. 적응을 순응으로 바꿔보면 조금 이해가 간다.
내가 어렴풋이 느끼는 식물의 이미지. 그리고 디스토피아에서 흔히 그려지는 인간의 이미지.

그렇다고 식물이 마냥 순응하는 존재는 아닌 것이 그들은 땅을 지배할 수 있을 때에는 확실하게 지배하고 내려놓아야 할 때는 주저없이 내려놓는 어떻게 보면 그 누구보다 강인하고 단호한 존재이기도 하다.
그에 비해 인간은 집착하고 의지해야만 하는 나약한 존재로 비춰지기도 한다.
특히 이 디스토피아에서는 더더욱.


겨우 먼지라는 존재 때문에 죽어가는 연약한 존재들.
그러나 서로도 죽고 죽이는 이해할 수 없는 존재들.
내가 식물이라면.. 아마도 그렇게 느끼지 않을까.

그러나 또한 각자의 자리에서 삶을 지켜내는 것만으로도 서로를 의지할 수 있는 어쩌면 텔레파시 없이 텔레파시를 할 수 있는 존재들. 연약한듯 하지만 버텨내는 것으로 강인해지는 존재들.
언젠가는 모든게 낡고 비틀어지지만 그리고 사라지지만 버티기를 포기하지 않는 존재들.
그리고 그 역설 속에서 삶의 의미를 조금 알 것 같은..
왠지 희망을 조금 말해주는 것 같은.. 그런 소설..


다 읽고나면 이런 복합적이고 모순적인 생각들이 마구잡이로 떠올라서 혼란스럽고 즐거웠다.

이맛에 김초엽 작가님 책을 읽는게 아닐까 싶다.
김초엽 작가님 글이 들어간 책들을 다 정리해봤다.

므레모사
행성어 서점
사이보그가 되다
팬데믹(SF 앤솔러지, 여섯 개의 세계)
2020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오늘의 SF
광장
원통 안의 소녀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 수상작품집

앞으로 이 책들을 읽을 예정이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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