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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책 드라마

올드. 줄거리. 결과. 스포. 리뷰. 넷플릭스 영화

by 아셀acell 2022. 1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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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는 예고편에서 대강 내용을 알려줘서 흥미롭게 생각하고 있던 영화였다. 해변에 놀러간 사람들이 한명, 두명, 죽고, 그런 상황 때문인지 미쳐가는 이야기. 

 

 

이 영화는 무시무시한 영화다. 

 

하루만에 몇십년이 지나버리는 시간 개념이 이상한 해변에 갇혀 속수무책으로 죽어가는 이야기. 무엇보다 잔인한 것은 그 해변으로 사람이 사람을 일부러 보냈다는 것이다. 그곳으로 사람들을 보내는 사람의 탈을 쓴 악마들은 리조트로 위장해 다양한 사람들을 불러모으는데 특히 특정 병이 있는 사람들을 데려온다. 그리고 자기네 약을 위한 실험을 하고 몇십년 동안 봐야하는 경과를 하루만에 보고 그 결과를 토대로 약을 더 발전시킨다. 그렇다. 그들은 실체는 제약회사 연구소였다. 그들이 초대한 사람들에게 주는 웰컴 드링크에는 그들이 실험중인 약이 있었고 그 약을 먹이고 그 해변으로 보내버린다. 

 

그들을 기사가 데려다주고나서 사람들이 짐이 많으니 안으로 좀 같이 옮겨달라고 하는데 기사는 다음 일정이 있다고 거절한다. 금방 가면 해변이라고 해놓고 왜 거절하지 했는데 그 해변에 한번 들어가면 빠져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그 주변 바위가 만드는 특수한 지형과 지질과 그로인해 발생하는 현상? 인 시간이 빨리가는 현상 떄문에 나오려고 하면 시간이 다시 느려지면서 몸이 거센 저항을 받아 기절하게 된다. 

 

설정상 의문점도 많다. 

 

왜 들어갈 때는 왜 저항을 받지 않는지, 오래걸리긴 해도 중간에 한 사람이 말한 것처럼 한발자국씩 천천히 옮겨보는 시도는 왜 안하는지, 기절하고서 왜 해변가로 몸이 옮겨졌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들도 있다. 그리고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의문이다. 인간의 잔인성을 말하고 싶은 걸까. 아니면 그냥 해변이라는 어떤 우리에게 휴양의 의미를 지닌 공간에서 공포, 스릴러 분위기를 내보고 싶었던 걸까. 

 

감정적으로 위로가 되는 것도 아니고 삶의 교훈이 되는 것도 아닌 영화였기에, 나는 영화가 끝난 후 이 영화의 의미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의미없이 시간을 낭비했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었다. 물론 스릴러 영화는 대부분 죽고 죽이는 내용이나 겁을 주다가 겨우 도망치는 식의 킬링타임용 영화가 많다. 의미도 없고 위로도 없다. 그래도 적어도 내가 그전까지 봐온 스릴러 영화는 주인공이 여차저차해서 살아내는 내용이었다. 그런 데서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었다. 목숨을 위협받는 상황을 현실에서 마주하기는 쉽지 않으니까. 

 

하지만 이 영화에서 살아남은 남매는 처음엔 주인공인지도 몰랐고, 살아남고 보니 주인공이긴 했지만 이미 그들의 40여년을 잃은 후였다.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없었다. 살아나왔지만 패배감만 느껴졌다. 이에 대한 보상을 어디서도 받을 수 없다는 것에 무력해졌다. 

 

그러다보니 더더욱 교훈을 찾고 싶었던 것 같다. 

 

하지만 교훈이랄게 딱히 없었다. 낯선 리조트의 매니저가 추천하는 해변에는 가지 말자? 갑자기 찾아온 리조트 상품권 같은 행운에 응하지 말자? 혹은 이 영화에서는 인간들이 실험을 당했지만 현실에서는 동물들에게 실험을 하고 있는데 이는 아주 잔인한 일이다. 인간이 실험체가 되는걸 보고 느껴라? 

 

스토리 자체는 분하고 허무하지만 나는 결국 이야기의 초점을 살아남은 남매가 아니라 그 해변에서 죽은 사람들로 옮기고 몇가지 생각할 거리를 얻었다. 

 

  • 먼저 우리의 삶은 슬프지만 허무한 것이라는 것. 

 

 

해변에는 수많은 종류의 사람들이 등장한다. 유명한 가수, 성공한 의사, 그의 아름다운 부인, 심리를 잘 다루는 테라피스트, 테라피스트 아내의 간질을 잘 보필해온 간호사, 평범한 직장인 등등. 다른 사람의 부러움을 살만한 사람, 동정을 얻을만한 사람, 평범한 사람들이 모두 모인 가운데 시간은 화살같이 흘러간다.

 

그리고 받아들이기 힘든 시간 속에 각각의 사람들은 그 직업이나 아름다움의 정도와 전혀 어울리지 않게 늙어간다. 유능한 의사는 닥치는대로 사람들을 찌르는 미치광이가 되었고 출중한 미모의 모델은 늙어가는 자신의 얼굴을 숨기기 위해 동굴로 숨어들었는데 동굴에 오는 사람들이 있으면 공격하는 은둔형 공격자가 되었다. 반면 조용하던 남자 간호사분은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수영을 해서 나가는 법을 찾아보려다 목숨을 잃었고 작은 아기였던 모델의 딸은 절벽을 기어올라 나가는 법을 실험해보려다 목숨을 잃었다. 

 

사람들을 위해 목숨을 걸고 나설것 같은 사람들은 사람들을 공격하고, 그럴 용기가 없을 것 같은 사람들은 용기를 내는 모습들. 그리고 너무나 쉽게 죽는 사람들. 그런 격변의 스토리 속에서 생의 허무함을 느꼈다. 

 

  • 그리고 이런 허무한 삶 속에서 위로가 되는 건 사랑 뿐이라는 것. 

 

 

이 허무함 속에서 유일하게 해피엔딩을 맞이한 건 이혼을 목전에 두었던 부부였다. 그들은 조용히 서로를 지키며 안전을 추구하다가 저녁이 되어서는 사람이 죽는 평균 수명 나이가 될만큼 늙어버렸는데 그러자 그들은 왜 이혼을 하려고 했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서로를 더욱 사랑하고 서로가 있기에 죽는 것이 슬프거나 무섭거나 아쉽지 않다는 태도를 보였다. 

 

나는 처음에 그게 너무 어이없고 억울했다. 왜 이런 해변에서 이런 몹쓸 일을 당해야 하는지. 하지만 생각할 수록 이 둘이 가장 해피엔딩을 맞이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죽지 않고 해변을 탈출한 이 부부의 자식인 남매보다도. 왜냐면 만약 이 해변이 평범한 해변이었고 리조트에서 무사히 이번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면 둘은 이혼할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이혼을 하고 각자의 삶을 살아가면서 언젠가 둘은 서로의 이혼을 후회할 수도 있고 죽을 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있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런 가정을 상상하니 비록 생이 훨씬 짧아졌더라도 그 짧은 시간 서로를 위해 목숨을 바치고 (실제로 칼을 막아냈다) 지켜주고 소중히 하는 관계를 누리고 함께 눈을 감은 것이 다른 그 어떤 호화로운 삷보다 더 알차고 애틋하고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삶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물론 긴 삶을 누리면서 사랑을 지켜나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선택을 쉬이 하지는 못한다. 삶은 갖가지 자극과 선택의 기로를 마주하게 되는 무작위이고 그 가운데 항상 옳은 선택만을 할 수 있다고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택을 할 때마다 궁극적인 행복, 책임감있는 사랑을 위한 선택을 하겠다고 늘 다짐하고, 유혹이 있어도 그런 다짐으로 이겨낸다면 이런 궁극의 행복, 궁극의 사랑을 지켜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 다른 어떤 것보다 돈보다도 능력보다도 미모보다도 사랑이 가장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것이라는 걸 보여준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살아나온 남매도 사실 둘을 서로 잘 도와가며 사랑하며 함께했기에 들키지 않고 나올 수 있었던 부분도 있었다. 그리고 살아나올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에 그들과 잠시 함께 놀면서 그들을 잃고 싶지 않았던 한 리조트 관계자의 조카가 준 힌트도 있었다. 그런 사람이 사람을 이성적으로든 인간적으로든 사랑하는 마음이 모여 악한 제약회사의 민낯을 세상에 드러낼 수 있었고 또 살아나오지 못한 남매의 부모님은 그래도 편안한 마음으로 생을 마감하실 수 있었다. 

 

결국 우리는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데 사람을 함께 살아갈 사람으로 보지 않고 도구처럼 쓰는 것은 잔인한 일이고 끝까지 성공할 수 없는 일임을, 그리고 그렇게 사용하려는 사람들은 인간성이 결여된 기괴한 존재라는 것을 (실험실 사람들이 그렇게 느껴졌다) 알 수 있었다는 것이 어쩌면 이 영화의 교훈이 아닐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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