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여행 열두번째 이야기는 신기하게도 펍의 모습을 하고 있었던 카페베네에 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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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드랑 빵집을 나와 해변을 거닐다가 맥주가 한잔 하고싶었는데 이렇다할 적절한 펍을 찾을수가 없었다. 술집들은 대부분 아직 문을 열지 않은 이른 저녁이었다. 한 곳은 열었길래 들어가려고 헀는데 이제 막 열어서 아직 아무 준비가 안되었다고 난처해하길래 그냥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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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발견한 곳이 카페베네 위드 펍. 생맥주를 5천원에 판매하고 있는 카페베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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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탑유블레스 호텔 안에 자리잡은 카페베네였는데 바다가 보이는 뷰가 너무 예뻤고 화장실은 또 호텔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어서 편리했다. 물론 그 화장실에서 선글라스를 잃어버려 그리 좋은 추억이 아니긴 하다. 잃어버린 것 자체는 내가 놓고 나온 것이니 할말 없지만 주워간 사람도 나쁘고, 호텔에 전화했을때 몇호실 투숙객인지, 찾으면 연락주겠다고 묻길래 펍 이용자였다고 했더니 번호를 묻지도 않고 선글라스 들어온게 없다는 말만 한 것도 나빴다. 번호를 적고 들어오면 연락주시면 안되냐고 했는데 들어주지 않았다. 당황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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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잃어버린 것은 나오기 직전에 알았으므로 안에서는 굉장히 즐겁게 바다를 보며 맥주를 마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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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명당자리였던 바 자리는 다른 분들이 앉아계셔서 아쉬웠지만 그래도 창가자리에서 마시니 푸른 바다에 푸른 방파제, 맥주, 모든 것들이 여유로워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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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간단히 한잔할 수 있는 펍이 해변가에 많이 있었다면 좋았을텐데. 완전 해변이랑 가까운 곳이라 많이 없는건지, 해안길을 따라 쭉 걷다보면 많이 있을런지 잘 모르겠지만, 이런 곳이 더 많이 있지 않은게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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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어라 마셔라 노는것도 즐겁지만 이렇게 여유롭게 바다멍 때리며 맥주한잔하는 것도 다른 의미에서 너무 행복하다. 치열하게 빠르게 더 잘 - 사는 것이 좋은 것이라고 주장하는 세상에 마치 간디처럼 비폭력적으로 저항하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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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시간을 가지고 싶어서 우리는 여행을 떠나는 게 아닐까. 시간과 시간 사이의 틈 - 같은 것을 느낄 수 있는 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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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에 젖어, 바다에 젖어 흠뻑 감성에 취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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