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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 영화 후기 / 넷플릭스 영화 후기 / 단순 성장영화가 아니었다,,

by 아셀acell 2021. 9.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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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는 안면 기형으로 태어나 27번의 수술 끝에 살아났지만, 남들과 다른 외모 덕에 여러가지 특별한 일을 겪는 어기와 그 주변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다. 어기의 관점에서만 이야기를 끌어가지 않고 어기와 잭, 비아, 미란다 등 다양한 인물의 관점을 옴니버스처럼 이어서 보여줌으로써 자칫 감동영화로 끝날 수 있는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고 다양한 관점에서 어기 뿐 아니라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내가 이 영화가 눈물나게 좋았던 이유는 욕나오게 나쁜 사람은 없었다는 것이다. 물론 줄리안이나 줄리안 부모, 또 어기와 잭을 때린 상급생 친구들이나, 중간중간 악역을 맡은 사람들이 나오긴 했지만 그들의 행동이 정말 인간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악행이라는 느낌보다는, 어딘가 불완전한 인간이 가지는 피해의식, 낮은 자존감에서 나오는 자기방어적인 부분 정도였다.

사실 따지고 보면 내 입장에서는 다시보고싶지 않을만큼 싫은 사람이어도 누군가에겐 세상 다시 없이 소중한 사람일 수 있는 것처럼, 마냥 악하기만한 사람은 극히 드물 것이다. 영화에서 그런 부분을 잘 캐치하여 뭔가 그런 부분의 메시지까지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먼저 입장이 나온 어기는, 비록 안면 기형을 가지고 태어났지만 누구보다 어기를 사랑하는 엄마, 아빠, 누나와 함께 행복하게 사랑받으며 자랐고 그덕에 단단한 마음을 지닐 수 있었다. 물론 친구들에게 상처받고, 소외될 때는 눈물 흘리며 가족들에게 짜증을 내기도 하지만 그마저도 사실 얼마나 건강한 반응인가.

그런 상황에서 울지도 않고 소외에 반응하지 않는 사람은 오히려 더 건강하지 못한 것이다. 어기가 소외되고 상처받았을 때 울고 화를 낸 것은, 본인이 그런 대우를 받을 사람이 아님을 알고있기 때문이다. 수년간 사랑받아온 경험이 쌓여, 다른 사람이 본인을 사랑해주지 않는 것이 상처는 될지언정 결코 자신이 사랑받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체념하지는 않는 단단한 마음이 그의 안에서 빛나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걱정됐던 사람은, 어기의 누나 비아였다. 비아는 자신이 남동생을 낳아달라고 해서 부모님이 어기를 낳았다는 것 때문에 어기에게 약간 죄책감도 가지고 있는 인물인 것 같았다. 그리고 엄마, 아빠가 어기에게 집중할 수밖에 없음을 알고 수용하는 인물이었는데, 여기서 오히려 비아의 자존감이 낮아지는 듯한 모습을 보았다.

그런 비아의 자존감을 그래도 무너지지 않게 지켜주는 인물은 돌아가신 할머니였다. 할머니는 어기에겐 천사가 많으니 나는 너를 제일 사랑하겠다며, 비아의 허전한 마음을 채워주었고, 사랑을 부어주었다. 그래서 할머니가 돌아가신 뒤 비아는 많이 슬펐지만, 할머니의 사랑에 힘입어 다시 일어날 수 있었다.

그리고 엄마도 어기에게 뿐 아니라 최대한 비아에게도 사랑을 느끼게 해주려 애썼다. 어기에게 큰 일이 생길때에는 어쩔 수 없이 달려가야해서 비아를 실망시키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이 가족은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한느 가족이었기에 비아는 그런 부분에서 조금 서글퍼하고 아쉬워는 해도 크게 타격을 받지는 않았다.

그리고 비아는 때때로 어기에게 자신의 부족한 모습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며 대화를 시도하고, 다투기도 하지만 또 어기에게 도움이 되는 솔직한 본인의 이야기로 다가갔다. 그리고 그것이 어기에게 또다른 생각의 전환이 되었고 그래서 위로가 되었다. 비아에게는 본인의 감정을 혼자 처리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되는 윈윈 대화인 셈이다.

이렇게 건강하고 사랑스럽고 또 재치있는 어기이기에 당연히 그의 겉모습이라는 장애물을 넘어선 이들에게 어기는 좋아할만한 친구였다. 어기의 친구인 잭과 섬머는 어기의 멋진 모습을 서서히 알아보고, 어기의 친구가 되었다. 그중에서도 잭은 처음에는 부모님과 선생님의 말씀에 따라 어기와 억지로 친구가 되었지만 점점 어기가 좋아졌고 어기와 노는게 좋았다. 하지만 뜻하지 않게 어기에게 상처를 주었고, 또 화해했다. 여느 그 또래의 아이들 다운 모습이지 않았나 싶다.

그와 달리 줄리안은 집안도 머리도 좋은편이었지만 왠일인지 어기를 괴롭혔고 절대 어기의 겉모습 이상을 보려하지 않았다. 이런 캐릭터가 어른이었다면 나는 극혐하며 그 인물을 자세히 드려다보려 하지도 않았겠지만 아이여서인지 나는 그 속을 자꾸 보려고 노력하게 되었다. 처음에 그는 어기를 선심쓰듯 도우려 했는데 그의 무시에 어기는 자신이 그리 멍청하지 않음을, 그의 틀린 단어를 고쳐주면서 보여주었다. 이후 왠지 그는 어기에게 자신의 자리를 뺏길까 두려워하는 것 같았고, 어기에게 라이벌의식 같은게 있는 것 같았다.

나중에 교장과의 면담에서 함께한 그의 부모님을 보면 그의 부모님도 굉장히 편협하고 인맥을 과시하며 특혜를 받으려 애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마 줄리안에게도 그런 특혜를 받을 수 있는 결과만을 중요시 하도록 강요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줄리안을 존재 자체만으로 사랑해주는 것이 아니라, 사랑받을만한 아이가 되어야 사랑해주지 않았을까 하는.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는데 어쩄든 교장이 전학을 가겠다는 부모님을 말리지 않았을 때 줄리안은 그제서야 반성하는 표정으로 학교를 떠나기 싫다며 교장 선생님께 매달렸는데, 그런 부분에서도 확실히 이 아이의 잘못된 행동은 아이 탓을 할 수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비아의 친구, 미란다의 관점이 나왔는데 미란다는 비아의 소꿉친구였는데 여름 캠프를 다녀온 뒤로 비아에게 말도 걸지 않고 다른 친구들과 어울려 비아를 슬프게 했던 친구였다. 제눈에 멋진 친구를 따라 친구를 바꾸는 아이라고 생각해서 나쁘다고만 생각하고 넘겼는데, 미란다의 입장에서 보니 미란다가 좀 불쌍했다.

아빠와 이혼하고 술만 먹는 엄마랑 사는 자신의 처지를 숨기고싶어 여행 캠프에 가서 비아 가족이 제 가족인 양 이야기했다가 어기 사진을 보여달라고 너무 멋진 가족이라고 달라붙는 캠프 친구들의 부추김에 잔뜩 거짓말을 하고나서는 정작 비아를 볼 면목이 없어 비아를 피해다니는 처지. 현실은 엄마와 외로이 지내면서 가장 비아가 필요한 시기였던 탓에 가끔 어기에게만 전화를 걸고 조금이나마 외로움을 달래지만 그걸로 충분치 않아 눈물을 흘리는 처지.

그런 모습을 보면서 물론 왜 거짓말을 했느냐, 다 제가 저지른 잘못이었다, 라고 말할 수 있지만 사실 원래 인생사가 다 본인 기준 내로남불로 감정을 느끼며 살아가는게 아닐까 싶다. 결국 비아에게 사과할 타이밍만 기다리다가 비아에게 무대를 양보하고 비아의 가족을 행복하게 해준 뒤 다시 비아와 함께하는 모습을 보며, 그래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이런 극중인물들은 다 어린아이들이었지만 이들이 일궈내는 세상은 어른들의 그것과 다를바 없게 느껴졌다. 하지만 아이들이었기에 약간의 완충재가 깔리는 느낌이랄까. 사실 어기만 평범하지 않은 인물이라고 생각했지만 다 보고나니 아무도 평범한 사람은 없었다는 느낌이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어딘가 조금씩은 일그러진채 살아가고 있는게 아닐까. 하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손을 내민다면 아무도 홀로 살아가야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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