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않는 술래잡기. 진짜 너무 재밌는 추리 소설 추천. 린조 미키히코의 백광 🎆
인스타 광고로 우연히 보게된 책이 이렇게 재밌을 줄 몰랐다. 관계와 죄책감이 얽히고 섥힐수록 비대해진 스토리는 제 부푼 몸집을 한껏 자랑하며 거대한 어깨를 휘젓는 듯 했다. 읽으면 읽을 수록 스토리가 뒤로 갈 수록 빠져들었다. 애초에 추리소설은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이런 스타일이라면 또 읽고 싶다 생각했다. 각자의 목소리로 돌아가면서 주관적인 상황 설명을 하는 것도 너무 재밌었고 그 순서로 인해 상황이 계속 변하는 것도 재밌었다. 🌳 마치 수많은 나뭇가지가 얽혀 하나의 나무가 중간만 보면 사실 어떤게 뿌리 쪽이고 어떤게 꼭대기 쪽인지 모르겠는 것처럼 읽다보니 할아버지는 이렇게 말하고 아들은 저렇게 말하고 며느리는 요렇게 말하고 며느리의 동생은 또 반대로 말해서 정말 혼란스러웠던 것이다.
하지만 그게 묘미라 그것을 정말 흥미롭게 풀어낸 작가의 스킬덕분에 그 미로 속으로 점점더 빠져들 수 있었다. 마지막까지 생각치 못한 반전으로. 그러나 믿을 수 없는 상태로. 이야기는 끝이난다.
>>>>> 스포있음 🛑🛑🛑
편의상 할아버지. 할머니. 아들. 아내. 아내의여동생. 아내의여동생의 남편. 손녀1. 손녀2라 칭하겠다. 이름 잘 못외움.. 😔
죽은아이는 손녀2.
아 그리고 할아버지의 전처. 전처의 딸 도 있다.
섬에서 죽은 소녀도 있다.
결론적으로 이 이야기는 관계란 전쟁같은 거라는 주제다 아닐까 싶다. 내가 요새 관계가 버거워 그런진 몰라도... 🥲🥲
그도 그럴 것이 전쟁시대에 출전을 앞두고 할아버지를 괴롭게 했던 것은 전쟁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라 자신의 딸이 자신의 딸이 아니라는, 전처의 말이었던 것이다. 할아버지는 전처가 비릿하게 웃으며 그 말을 했다고 했지만 할머니. 즉 후처는 아마도 긴 죄책감과의 사투 끝에 마지막 죽으러가는 이에게 마지막으로서의 진실성을 가진 것일 거라고, 힘들게 말했을 거라고 추측한다.
사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후자가 맞을 것이다. 하지만 괴로움으로 인해 전자로 생각하는 할아버지도 안쓰럽다. 나도 얼마전에 참치김밥 먹어야지. 하고서는 그 아래 치즈김밥에 체크해 주문을 내고 치즈김밥이 나왔을 때 하마터면 따질뻔 했는데 친구가 안그래도 네가 참치김밥 먹고싶다고 했는데 치즈김밥에 표시하길래 맘이 바뀌었나 했다, 라는 말을 듣고 정신 차렸다. 인간의 기억력이란 정말 믿을만한 것이 못되는구나 느낀 사례였다. 기억력이라기보다는 행동의 오작동일 수 있지만 어쨌든 우리는 다 우리 좋을 대로 해석하고 우리 맘대로 되지 않았을 때 남탓을 하기 바쁘다.
그리고 할아버지에게 닥쳤던 괴로움은 그 다음 세대로도 이어져 이번엔 할아버지의 아들이 다른 여자와 바람을 펴서 여자가 그 여자도 남편이 있는데 다른 남자의 아들을 낳는다. 여기서 아들이 바람핀 여자가 바로 아내의 여동생. 그리고 할머니 할아버지는 이 모든 걸 알고 있었다. 아들도 알고 있었다. 몰랐던건 아내와 아내의 여동생의 남편 둘 뿐이었다.
그래서 어느날 이 바람핀 증거인 손녀2가 죽는데, 그 주음을 둘러싸고 모두가 괴로워한다. 왜냐면 모두가 그 아이가 죽기를 조금씩은 바랬기 때문이다. 친엄마인 아내의 여동생 마저도. 사랑하고 의지하는 맘 한쪽에 처음에는 걸리적거린다는 마음이, 조금 지나서는 이제 바람은 끝을 향해 달려가는데 바람의 증거, 죄의 씨앗은 계속 자라나는 것이 불편한 마음이 있었다. 모두가 한번씩 이 아이를 불편해했고 미워했고 불안해했다. 실체를 몰랐던 이들 마저도. 어쩌면 무의식적으로 알고 있었던 게 아닐까. 하지만 아이는 천진했다. 마지막에 아이가 할아버지에게 죽는게 뭔진 모르지만 늘 어딘가 불편해보이는 할아버지가 자기를 죽여야 편해진다면 그렇게 하라고 했다. 그런 아이가 죽었다. 마지막에 그런 말을 담은 건 아마 모든 것에 대해 조금이라고 이 아이에게 돌리려는 남탓하는 마음을 싸그리 없애기 위한 장치가 아니었을까.
아이는 죄가 없다.
오직 관계를 이 지경까지 몰아온 모든 어른에게 책임이 있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각자의 속마음이 밝혀지는데 어느 하나 제 마음에 솔직한 자도, 올바른 선택을 한 자도 없었던 것이다. 전쟁 시대 그 할아버지의 전처는 시대가 시대이니만큼 맘에 없었던 할아버지랑 결혼한 것이었다거나, 사실 애인이 따로 있었다거나, 여러가지 시대상의 문제로 치부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현대 시대를 살아가는 당신들이 왜?
하지만 한편으론 얽혀버린 관계의 실타래를 풀기란 여간 어려운게 아니라는 걸 알기에 안쓰러운 마음도 있다. 나도 회피형 인간이라 왠만한 갈등은 회피하고 싶은데 관계는 회피할 수록 문제가 커지는 느낌이다. 어느 순간 실타래를 풀려고 하면 거기 얽힌 사람들 모두와의 관계가 흔들릴 수 있어 포기하고 마는 그런 느낌.
그런 관계와 치정과 모든 것을 추리소설로 잘 풀어낸 이야기. 각자의 입장이 다르지만 사실은 하나. 그렇게 설계한 것도 너무 신기하고 여러모로 흥미로웠던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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