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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챠 영화 추천 /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 헤어짐을 선택할 자유, 어쩌면 해피엔딩 -

by 아셀acell 2021. 5.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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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은 처음 나왔을 때부터 보고싶었던 영화였는데 넷플릭스만 구독하던 터라 접할 기회가 없었다. 그런데 최근 왓챠 보는 친구가 왓챠에 있는데 같이 보겠냐고 해서 보게됐다. 왓챠에 요새 넷플릭스보다 내 취향 영화. 드라마가 많이 올라오는 것 같아서 왓챠로 갈아타야 하나 고민 중.

영화의 문외한인 내가 봐도 이 영화는 색감이 너무 예쁘고 메시지가 분명하게 느껴졌다. 두 여성의 사랑과 주체적인 여성의 삶에 대한 갈망.

이 극의 감독이자 작가인 셀린 시아마는 이전 작품에서도 꾸준히 젠더. 성장 같은 주제를 다루었다고 하는데 불완전한 존재들을 다루는 데에 많이 능숙해진 사람이었기에 이런 심플하고 분명한 극으로 감동을 줄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여기서 기존 이데올로기를 거부하는 세 여성은 소피. 마리안느. 헤로이제. 처음에 소피는 그냥 헤로이제 집안에서 일하는 사람 정도로만 나온 줄 알았는데 헤로이제의 어머니가 집을 비우면서 세 사람은 마치 운명공동체처럼 함께 역동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특히 소피가 임신을 한 것이 셋을 뭉치게 하는 결정적인 이유라고 보여지므로 소피도 꽤 중요한 인물로 생각된다. 아버지가 누군지 같은 것은 당연히 안중에 없고 극은 그저 중세라는 배경 속에서 임신한 소피가 애를 지우기 위해 하는 갖은 괴상한 노력을 보여주면서 여성의 답답한 처지를 한층 더 괴랄하게 보려주는 듯하다.

 

세 여성은 귀족 가문의 딸, 화가, 가정부 라는 각기 다른 지위와 직업, 성향과 경험을 가졌지만 그런것들이 무색할만큼 잘 어울려 지낸다. 헤로이제의 어머니가 집을 비운 5일 만에 셋은 베스트 프렌드가 되었고 헤어짐을 아쉬워하는 사이가 되었다.

 

그러면서 서로의 직업의 한계를 안타까워했고, 어쩔 수 없는 선택을 이해했으며, 그래도 할 수 있는 한 선택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서로를 도왔다. 영화를 보면서 정말 서로를 생각해서 하는 행동들을 보다보면 여성의 유대가 이토록 사려깊으면서도 도전적일 수 있다는 것을 알았고 거기서 희열을 느꼈다. 

 

 

 

 

 

셋이 노래부르는 사람들의 집단에 가서 헤로이제의 치마에 불이 붙고 하는 일련의 이야기들 속에서는 내 귀와 눈이 자주 접하지 못하는 황홀한 감각들에 점령당한 느낌이었다. 귀를 울리는 어찌 들으면 기괴하고 어찌 들으면 신비롭다 할 수 있는 멜로디와 어둑한 공간 가운데 홀로 타오르는 헤로이제. 마치 뭐에 홀린 것처럼 그저 바라보게 되는 순간이었다. 

 

마리안느가 이야기 중간중간 서서히 그려가는 헤로이제의 초상화도 그런 식이었다. 조금씩 붓칠이 더해지는 그 그림은 마치 조각상을 살아나게 헀다는 어느 신화 속 이야기처럼, 왠지 마리안느가 서서히 자신의 사랑을 그리고 살아나게 하는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화려하기 위해 힘주지 않았지만 숨길 수 업싱 화려한 그런 느낌. 

 

왜 하필 마리안느가 좋아한 곡이 비발디 사계의 여름이었을까. 그들이 서로를 떠올리는 곡이 여름이 되게 했을까. 생각해보면 그것도, 가장 서로를 화려하게 피어나게 해줬던 서로를 잘 대변하는 곡이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되었다. 젊었고 아리따웠고, 청춘이었던 그들과 서로. 급격히 사랑했고 헤어져야만 했던 추억들.

 

사진 하단 결말 스포 있음 ) 

 

 

 

 

오르페우스 신화를 가져와 그들의 불행한 현실이 어쩔 수 없이 마주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선택으로 오롯이 마주한 것이라는 암시를 준 것도 좋았다. 오르페우스가 아내를 데리고 저승을 나가면서 마지막에서 결국 돌아보고 만 것이, 에우리디케가 돌아보라고 했을 수도 있다는 헤로이제의 말은 내 머릿속을 망치로 쿵 내리치는 듯한 충격을 주었다. 왜 그런 생각은 한번도 못해봤을까. 우리에겐 헤어짐을 선택할 자유도 있음을, 헤어짐은 늘 수동적인 존재가 아님을, 새삼 깨달았다.

 

그 밖에도 28페이지라는 복선, 함께하지 않아도 끝까지 서로를 위해 눈물 흘리고, 서로를 그리며 살아가는 결말도 좋았다. 라라랜드가 내 인생 영화인 이유 중 하나가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고 각자의 삶을 살아가게 되는 지독히 현실 적인 결말 떄문인데, 그런 결말을 가진 영화가 하나 더 늘었다. 물론 애니메이션처럼 사랑이 이루어지는 눈에 보이는 해피엔딩도 좋아하지만 누가 죽거나 피폐하게 사는 그런 결말이 아니라면 사실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든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사랑에 있어서는 죽을때까지 함께하는 것도 해피엔딩일 수 있지만 그렇게 같이 살다가 지지고볶고 시들해지는 것보다 뜨거웠던 추억을 안고 살아가는 것도 또 다른 해피엔딩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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