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글로리를 보고 얼마 안돼서 보기 시작한 킬복순. 뭔가 느낌은 더글로리 같은 더글로리랑 비슷한 느낌이었는데 디테일이 달랐다. 일단 복순이의 삶의 동기가 그닥 공감가지 않고 불쌍하다기에는 너무 서사가 없어 감정이입이 되질 않았다. 그냥 어쩌다보니 자연스레 그런 일을 하게된 느낌.
하지만 킬러라는 직업이 우리 일반적인 무슨 회사원 하듯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니까 뭔가 서사를 좀더 잘 보여줬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근데 한편으로는 또 킬러라고 다를거 있겠나. 나는 이해하지 못해도 누군가 킬러라는 직업에 거부감없을만큼 어떤 사연이 있고 한다면 그 사람에게는 어쩌다보니 킬러가 됐다는 말이 맞읕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래도 뭔가 킬러라는 직업의, 킬러에 의한, 킬러를 위한 영화같아서 재미가 없었던 것은 사실이다. 느와르 좋아하는 사람들은 재밌게 봤을 수도 있지만 나는 느와르도 별로 안좋아하고 이유없는 폭력은 더더욱 싫어하는데 앞서 말했듯이 공감가지 않는 서사속에서 그저 킬러이자 엄마인 복순의 삶을 말하자면 ‘담백하게’ 보여줄 뿐인데 그 직업이 킬러다. 내 도덕성과도 맞지 않고 왠지 성실히 남에게 피해 안입히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바보 만드는 것 같아 억울하게 느껴졌다.
심지어 결말이 예전에 소설 배울 때 ‘가장 쉬운 결말’이라고 배운 그 결말이었다. 실망스럽고 보람없었다. 찾아보니 킬복순의 주제는 ‘규칙’과 ‘모순’이라고 한다. 하지만 규칙과 모순을 꼭 킬러라는 소재를 통해서 보여줬어야 했을까. 잔인하게 사람을 죽이면서? 그렇게까지 보여주는 규칙의 모순과 모순의 규칙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 줄거리 /
길복순은 킬러회사들 중 가장 큰 대기업 MK 소속, 그 중에서도 가장 실력이 뛰어난 킬러였다. 미성년자 때 경찰청장이자 가정폭력 가해자였던 아빠가 킬러에게 죽는 모습을 목격하여 위험에 처했으나 아빠의 죽음에 일조해 더이상 자신이 아니라 당신이 목격자라고 말하며 킬러의 길에 뛰어들었다.
이후 아이도 낳았는데 아이를 낳으면 보통 킬러를 그만두지만 복순은 아이를 기르면서 킬러 일을 계속했다. 복순은 아이 키우는 것에 비하면 사람 죽이는 일은 쉽다며 최고의 타이틀을 이어갔다. 하지만 그녀의 평온한(?) 삶을 뒤흔드는 일거리가 떨어졌다.
자신의 명예와 권력 유지를 위해 아들을 죽여달라고 부탁한 아버지의 살인 의뢰. 길복순은 이 일을 트라이 했지만 실패했으며, 자신이 실패한 이 일을 아무에게도 넘기지말라고 대표에게 말한다.
해당 의뢰를 거절하지 못하고 실패로 위장해야 했던 이유는 일전에 MK 대표(설경구)가 다른 작은 기업들을 모아놓고 정한 규칙들 때문이었다. 1. 미성년자는 죽이지 않을 것, 2. 회사가 허가한 작품만 할 것, 3. 회사가 허가한 작품은 반드시 트라이할 것, 이 세가지의 규칙을 정하고 어기는 킬러들은 가차없이 죽이기로 했다.
언뜻 보기에는 킬러계의 체계를 위한 조치로 보이나 이 규칙 때문에 작은 회사들은 더 영세해졌고 MK 만 점점 커져갔다. 한편 사실상 실패할 이유가 없고 실패할 실력이 아닌 복순이 이 의뢰를 실패했다는 것은 규칙을 위반했다는 것이지만 복순을 사랑해서 복순에게만큼은 규칙대로 하지 못하는 MK 대표는 이 일을 묻으려고 한다.
하지만 MK 대표와 육체적 관계를 맺고있는 MK 이사(이솜)가 복순에게만 늘 이런식인게 못마당해서 복순과 육체적 관계를 맺고있는 MK의 또다른 킬러 한희성(구교환)에게 복순이 실패한 의뢰를 마무리하도록 한다.
희성은 (아마도 복순과 육체적 관계를 가지는 사이인 탓에) MK 대표에게 찍혀 실력은 좋으나 C급으로 배정받아 많은 돈을 벌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버지의 병원비 등 돈들어갈 곳은 많았고 복순이 이를 도와주고 있었으나 모처럼 온 기회에 결국 복순을 배신하고 A급과 돈을 택했다.
/ 스포 /
이에 열받은 복순은 MK 이사도 죽이고 대표에게도 피묻은 칼을 보냈다. 피묻은 칼을 보낸다는 것은 둘중 하나가 죽을 때까지 싸우자는 도전장이고 이를 받아들이면 둘이 둘 중 하나가 죽을때까지 싸우게 된다. 대표는 이를 받아들였고 복순은 대표가 말한 시간에 대표의 방으로 올라가는데 엘리베이터가 열리자마자 대표는 복순의 주변으로 총을 쐈다.
그냥 주변이었다.
대표는 여전히 복순을 사랑했다. 열아홉 자신의 아버지를 죽이는 장면을 보고도 떨지 않고 대표의 규칙에 헛점이 있다며 규칙을 보완해주고 마침내 아버지를 제손으로 죽여 이제 당신이 목격자라고 규칙의 모순을 파고든 복순을 처음 봤을 때 반한 그 마음 그대로.
그래서 복순이 대표를 여러 방식으로 공격해보려고 시나리오를 그려봐도 대표를 죽일 방법이 없었지만 결국 복순은 대표를 죽일 수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반전이 있었는데 대표는 대신 복순의 딸이 복순이 킬러임을 알 수 있도록 그 방의 CCTV 를 볼 수 있는 태블릿을 딸에게 전달했다. 딸은 복순의 실체, 엄마의 직업을 알게되었는데 정작 복순이 돌아왔을 때 딸은 모른척한다.
/ 후기 /
우리는 때론 공평하지 않은 규칙, 규칙 너머에 어마어마한 모순이 숨어있는 규칙들을 마주한다. 누구를 위한 규칙인지, 이 규칙으로 인해 정말 정의가 실현되는게 맞는지. 적어도 평등이 실현되는게 맞는지 알 수 없는 어려운 규칙들. 아니, 간단해보이는 규칙도 사실은 불평등이 숨어있다. 모순이다.
하지만 삶이 다 원체 그런듯하다.
알 수 없고 예측할 수도 없고 공정할뻔 했다가 평등할뻔 했다가 쉬이 혼란해지는 그런 것. 삶이란 그런 것이다. 살아갈 수록 알아가고 있다. 킬복순 영화는 아마도 그런걸 말하고 싶었던게 아닐까 싶은데 그걸 꼭 이런 소재로 풀어갈 필요는 없으니까 아쉽다는 느낌이다. 그런 주제에 딱 들어맞는 소재도 아니고 이런 소재로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어딘가 낯설고 거북하다.
결말도 그렇고 이런 소재는 오히려 완전한 허무와 불공평과 불공정에 대해 다루는 편이 낫다고 느껴진다. 규칙의 모순에서 오는 불공평은 좀더 공감되는 소재로 보여줬으면 좋겠다. 그래도 삶을 위해 제정된 규칙들이 아주 혼란과 혼탁함과 허무와 죽음의 방향으로 빠지지는 않았으면, 하고 바라기 때문일까. 내 바람과 생각에서조차 느껴지는 복잡한 모순들이 자꾸 꼬리의 꼬리를 물고 질문으로 돌아오게 만드는 영화였다.
'영화 책 드라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매니페스트. 출연진 줄거리 결말 후기 넷플릭스 추천 드라마. (0) | 2023.06.07 |
---|---|
넷플릭스 꿀팁 - 장르별 시크릿코드로 장르내 모든 영화 드라마 볼 수 있음! (0) | 2023.05.13 |
쉬헐크. 디즈니 플러스 SF 마블 시리즈 드라마 추천. 줄거리. 내용. 후기 (0) | 2023.05.10 |
미즈마블. 디즈니 플러스 SF 마블 시리즈 드라마 추천. 줄거리. 내용. 스포. 후기. (0) | 2023.05.07 |
토르: 러브 앤 썬더. 디즈니 플러스 마블 시리즈 영화. 줄거리. 내용. 후기 (0) | 2023.05.0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