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토지'의 작가 고 박경리 작가(1926∼2008)의 유고 ‘일본산고(日本散考)’가 발굴됐다고 한다. 고인의 딸 김영주 토지문화관장이 유품 정리 중 미발표 육필 원고를 찾았는데 최근 일본 문제가 불거지는 것을 보고 공개를 결심했다고 한다. 일본산고는 일본에 대한 글이다. 1편은 ‘증오의 근원’, 2편은 ‘신국의 허상’이라는 제목으로 각각 200자 원고지 25장 안팎. 2장까지는 완성본이고 3편 ‘동경 까마귀’는 13장으로 미완의 상태라고 한다.
김영주 관장은 이 글이 15년여 전에 씌어진 원고로 추정되며, 고인께서 일제강점기를 직접 겪으신 만큼 일본에 대한 글을쓰고 싶어 하셨다고 말했다. 또한 한 권이 다 완결된 글은 아니지만 작가적 직관과 감수성으로 일본에 대한 생각을 풀어내기위해 오래 고심하신 것 같다고 말했다.
박경리 작가의 일본에 대한 통찰과 고심은
다른 글에서도 엿볼 수 있다. 도올 김용옥 교수의 '도올세설'이라는 글이다. 여기서 박경리 선생은 도올 김용옥 교수와 일본에 대한 대화를 나누는데 일본의 본질과 문학과 여러 방면에서의 일본에 대해 확신하고 있다.
박경리: 김선생! 일본을 긍정적으로 볼려면 반드시 실패헙니다!
박경리: 일본은 야만입니다. 본질적으로 야만입니다. 일본의 역사는 칼의 역사일 뿐입니다. 칼싸움의 계속일 뿐입니다. 뼈속깊이 야만입니다.
도올: 아니, 그래도 일본에서는 이미 나라 헤이안 시대 때부터 여성적이고, 심미적인 예술성이 퍽 깊게 발달하지 않았습니까? 노리나가가 말하는 '모노노아와레' 같은.
박경리: 아~ 그 와카나 하이쿠에서 말하는 사비니 와비니 하는 따위의 정적인 감상주의를 말하시는군요. 그래 그런건 좀 있어요. 그리구 그런 사람들은 한국 사람들보다 훨씬 더 깨끗하고 순수하지요. 그러나 그건 일종의 가냘픈 로맨티시즘이에요. 선이 너무 가늡니다. 너무 미약한 일본 역사의 선이지요. 일본 문명의 최고봉은 기껏해야 로맨티시즘입니다.
박경리: 스사노오노미코토의 이야기가 말해주듯이 일본의 역사는 처음부터 정벌과 죽임입니다. 사랑을 몰라요. 본질적으로는 야만스런 문화입니다. 그래서 문학작품에서도 일본인들은 사랑을 할 줄 몰라요. 맨 정사뿐입니다. 치정뿐이지요. 그들은 본질적으로 야만스럽기 때문에 원리적 인식이 없어요. 이론적 인식이 지독하게 빈곤하지요. 그리고 사랑은 못하면서 사랑을 갈망만 하지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어디 문인의 자살을 찬양합디까? 걔들은 맨 자살을 찬양합니다. 아쿠타가와, 미시마, 카와바다 모두 자살해 죽지 않았습니까? 그들은 그들의 극한점인 로맨티시즘을 극복 몰할 때는 죽는 겁니다. 센티멘탈리즘의 선이 너무 가냘퍼서 출구가 없는 겁니다. 걔들에겐 호랑이도 없구, 용도 다 뱀으로 변합니다. 난 이 세상 어느 누구보다도 일본 작품을 많이 읽었습니다. 그런데 내 연령의, 내 주변의 사람들조차 일본을 너무 모릅니다. 어린아이들은 말할 것두 없구요. 일본은 정말 야만입니다. 걔들한테는 우리나라와 같은 민족주의도 없어요. 걔들이 야마토다마시이 운운하는 국수주의류 민족주의도 모두 메이지가 억지로 날조한 것입니다. 일본은 문명을 가장한 야만국이지요.
도올: 나쯔메 소오세키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박경리: 나쯔메 소오세키요? 그 사람은 표절작가입니다. 구미문학을 표절해먹은 사람일 뿐입니다. 모리 오오가이가 조금 괜찮긴 하지만 모두 보잘 것없는 사람들입니다. 우리에게 모두 다 있는거에요. 우리가 우리를 못 볼 뿐이지요. 아니, 우리나라 사학자들이구 민속학자들이구 문인들이 무식하게 유종열 같은 사쿠라새끼를 놓고 걔가 조선을 좀 칭찬했다구 숭배하는 꼬라지 좀 보세요. 이거 정말 너무 한심헙니다. 아니 걔가 뭘 알아요. 조선에 대해서 뭘 알아요. 개가 조선칭찬하는 것은 조선에 대한 근본적 멸시를 깔고 있는 거에요. 걔가 어떻게 조선의 위대함을 압니까?
김용옥은 박경리 어록을 동경대학교 중국철학과 오가와 하루히사 교수에게 전달한다. 오가와는 이렇게 대답했다.
"아탓테이루(들어맞는 얘기다!)"
- 김용옥, 도올세설, 굼발이와 칼재비 중
스사노오 이야기는 일본 신화로, 일본을 처음 세운 신의 이야기인데 이 신이 아주 강하지만 아주 못됐고 폭력적이고 파괴적인 신이다. https://namu.wiki/w/%EC%8A%A4%EC%82%AC%EB%85%B8%EC%98%A4
박경리 작가는 일제강점기 하에서
교육받은 지식인이지만 일본에 대해 숭배하거나 증오하는 감정이나 세뇌가 아닌, 정확하게 일본을 통찰력있게 관찰하고 분석한 사람으로 여겨진다. 또한 자기 자신을 '철저한 반일 작가'라고 불렀고, 용서를 구하지 않는 일본에 대해 '양심이 없다'고 노골적으로 비판한 적도 있다. 위의 대화만 보더라도 대담에서 저정도의 지식이 나온다는 것은 엄청난 식견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https://theqoo.net/729413190
이 글의 댓글에서는 박경리 작가님이 반일작가지만 반일본인은 아니라고 하셨다고 덧붙여있다. 이는 일본의 만행에는 분노하지만 일본인들을 혐오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가엾게 여기는 마음이라는 것이다.
*
하지만 과거에 얽매일 만큼 그렇게 어리석지는 않습니다. 글 쓰는 사람의 태도도 아니구요. 여러 해 전에 일본 문예지의 편집장이 내 집을 찾았을 때 나는 철두철미 반일 작가라 하며 자기소개를 했습니다. 그 후 일본 학생들이 방문했을 때 나는 철두철미 반일 작가이지만 반일본인은 아니다 하고 말했습니다. 그들도 인류의 한 사람이며 군국주의의 희생자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앞서도 말한 바와 같이 가미가제 특공대며 인간어뢰, 국민 전원의옥쇄 계획 등, 원자탄의 희생도 그렇고 젊은 생명들이 그 얼마나 전선에서 죽어 갔습니까.
남자의 씨가 마를 지경으로, 심지어는 만주의출병 구실을 찾기 위해 마적단을 매수하여 그곳에 거류하는 동족을 미끼로 내놓고 살해하게 했습니다. 일본인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답시고 결국 출병했지요. 못할 일이 없었어요. 국민들은 모두 천황의 새키시[아기]라는 것은 공공연한 그들의 인식이었습니다. 천황의 소유물이라는 뜻이지요. 인류에게 일본은 어떠한 존재인가. 핵무기를 가질 때 그들은 그것으로 어떤 짓을 할 것인가. 세계정복의 청사진은 일본체제의 확대를 의미합니다. 전인류가 모두 현인신의 새끼시가 되는거고 소유물이 되는 거지요. 신국사상을 청산 안 하는 이유가 거기 있을 겁니다.
- 박경리 『가설을 위한 망상』中
아무튼 그래서 일본산고 책을
다들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있다. 특히 일본 문학이나 대중문화 콘텐츠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재밌게 콘텐츠를 소비하면서 한번씩 느껴지는 찜찜함, 허무함 같은 것들의 이유를 알 수 있다고 한다.
그만큼 일본산고에서 박경리 작가님은 일본 문화를 꿰뚫는 강력한 통찰을 보여주고 계신 것이다.
일본산고에는 일본인의 세상사 인식과 한국인으로서 일본과 일본 문화를 어떻게 보는 것이 좋을지 등에 대한 생각의 흐름도 열어주는 글들이 담겨있다고 한다.
이런 글들을 읽으며 현재 우리 한국 문화에 대한 입장을 어떻게 가져야 하는지, 어떤 스탠스를 취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도 같이 할 수 있을듯하다.
통찰을 담은 문장과, 유려한 문장만으로도 좋은 공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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